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인컬케이터 추천합니다

작성자
Lv.3 RedHare
작성
13.03.12 00:19
조회
6,895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라 가벼운 것을 원하시는 분들의 취향은 아닙니다. 가끔 철학적인 것도 섞여 있고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거나 부끄러움조차 느낄 수 있는 글입니다. 그저 간식처럼 여길 수 있는 글이 아니라 때로는 물과 같은, 때로는 밥과 같은 글이더군요.

물론 가볍게 여기시고 싶으시다면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밥을 간식으로 먹는 자도 많고 밥에다가 무언가를 섞어서 간식으로 만드는 자들도 있습니다. (참고로 달짝지근한 우유에 밥을 쪄서 만든 멕시코 지역의 전통 간식을 먹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맛있더군요.) 
그럼에도 물과 같은 것은 가끔 알아야 되는 것, 생각해야 하는 것을 무례할 정도로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무례하고 무례하게 여길 정도로 이 요구가 잘 보이는 것은 제가 살아온 삶과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약자와 강한 자의 관계를 꺼렸고 스스로 약자였지만 강자가 되기를 원하면서 지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때로는 불편하고, 심지어 부끄럽기도 하더군요. 왜 이런 생각을 멀리했는지, 왜 나는 스스로 거짓된 떳떳함을 만들어 가고 있는 지 말입니다.
인컬케이터는 작가의 생각을 투영하고 있지만 제가 접한 대부분 소설과는 달리 억지를 권하지 않습니다. 캐릭터에는 작가의 일부분이 들어갑니다. 어떤 작가들은 그 일부분을 부인하고, 어떤 작가들은 그 일부분을 노골적이게 키웁니다. 인컬케이터에서 작가는 방관자와도 비슷한 느낌이 나더군요. 마치 스스로 세상을 창조하고 그곳에 생각을 심어둔 뒤 자라나는 싹을 바라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마 인컬케이터를 읽은 몇몇 독자들은 제가 이런 거창한 단어들을 쓰는지에 이해를 할 수 없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저 무겁고 어두운 글인데?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제가 거창한 단어를 쓰는 이유는 제가 다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다시 저를 돌아볼 수 있게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 아시안계의 외모로 살아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도시로 가면 갈수록,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차별은 없어지지만 시골에서는 다릅니다. 노골적이지는 아니지만, 무시를 많이 받고 어릴때는 왕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영어나 한국어를 둘 다 동시에 경험했기에 말을 잘 더듬었고 아이들은 저를 놀렸죠. 제가 태어난 곳에서는 생김새로 인해 외톨이가 되었고 저와 똑같은 검은 머리칼에 낮은 코가 많은 곳에서도 외국인이라며 외톨이였습니다. 나이를 먹었지만 유독 그것만이 남아서 괴롭히더군요. 
매우 작은 일이고 유치한 일이라 잊어버린 옛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소설을 읽고 다시 생각을 해보니 잊어버린 것이 아니고 의외로 그때 받은 상쳐가 아직까지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제대로 저를 돌아보거나 그 작은 상쳐가 아직도 있다는 것에 수치감이 들어서 그랬을 겁니다. 그 당시 저는 그들보다 약했고 지금도 약하지만 스스로 강해졌다고 다른 이들을 낮게 보는 것이 보이더군요. 왜 저는 강함을 원할까요? 왜 남을 짓누르고서 라도 강함을 원할까요?
철학을 읽어도, 교수들과 토론을 해도 진지하게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아마 소설이기에 더 마음에 닿았고 더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최소 저에게는 생각의 변화가 만들어졌고 그것이 매우 좋은 쪽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오래되고 수치감을 느끼는 상쳐를 끄집어 낼수 있는 용기와 그것을 스스로 치유할수 있는 기회를 준것은 꽤나 희귀한 경험이고 하찮게 여길수 밖에 없던 장르소설이 그 기회를 준것은 아직도 놀라고 있습니다.

물론 생각을 요구하는 것 왜에도 소설은 꽤나 탄탄한 세계관을 소유하고 있고 그 속에서는 개성이 뚜렸하고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있읍니다. 심지어 오크 한 마리, 트롤 한 마리조차 세계관 일부임이 분명하고 그저 주인공의 경험치뿐만은 아닙니다. 재미로 읽어도 충분한 소설입니다. 저도 재미를 위해 읽기 시작했고 아마 생각이 바뀐 지금도 재미를 위해 읽을 것임니다. 다만 그 재미 사이에서 발견한 작은 생각들을 가끔 즐기는 것뿐이겠죠.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쓸데없는 횡설수설 같지만 결론은;
재미있으면서 교훈이 있는 소설.
이네요. 요즘 장르문화를 통틀어서도, 문피아에서도 보기 힘든 글입니다.


Comment ' 9

  • 작성자
    Lv.5 줄무늬
    작성일
    13.03.12 00:43
    No. 1

    인컬케이터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정주(丁柱)
    작성일
    13.03.12 00:57
    No. 2

    그리고... 전 추천글 자체도 추천합니다.
    음... 정말 흥미로운(죄송합니다.) 삶을 살아오신것 같습니다.
    남들은 겪지 못한, 하지만 본인에게는 괴로웠을...
    그런 경험과 삶에 대해 생각 해 볼 수 있는 좋은 추천글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비열한습격
    작성일
    13.03.12 01:33
    No. 3

    저하고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감상하고 느끼신 게 있군요. 저는 그냥 현실감있는 전투와 생활 묘사가 좋아서 추천했던 글입니다. 다른 분들도 읽어보면 충분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정주(丁柱)
    작성일
    13.03.12 03:03
    No. 4

    그리고 RedHare(빨간 제빨리 뛰어가다?...빨간 토끼?) 님은
    웹툰계의 숨겨지... 원석... 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표지좀 의뢰하고 싶은데 쪽지를 안보심 하앍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흑천청월
    작성일
    13.03.12 09:02
    No. 5

    추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RedHare
    작성일
    13.03.12 11:35
    No. 6

    ... 일주일동안 incubator 때문에 고생해서 그런지 inculator이ㄹ랑 incubator을 머리속에서 섞어버렸네요. 작가님 죄송합니다;; 지금 컴퓨터가 없어서 컴퓨터 쓸수있을때 고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0 정주(丁柱)
    작성일
    13.03.12 12:35
    No. 7

    인큐베이터라니..
    전 서재의 게시판에서 본 툰형식이라고해야하나 일러스트소설형식이라해야하나 여하튼 퀄리티있고색갈있는 그림들? 만화들?을보면서 디자인하시는분인둘알았는데 설마...취미가그정도이실줄이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 RedHare
    작성일
    13.03.12 21:46
    No. 8

    그게 아니라 논문 작성해야되는데 자료가 없어서 친구에게 의뢰 했는데 친구가 저를 배신;; 그래서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면서 매뉴얼 읽고 한참을 씨름 했었읍니다. 참고로 저는 도기가 메인 전공이고 그져 알고싶은것이 많아 이것저것 다른 것도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림천
    작성일
    13.03.15 10:54
    No. 9

    재미있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29466 한담 요즘 문피아 덕분에 재밌게 살고 있네요. +7 Personacon 오빠나야나 13.03.13 4,173 0
129465 한담 참 어렵습니다. +6 Lv.9 애플주스 13.03.13 3,705 0
129464 한담 사투리에 관하여 질문이요 +17 Personacon 청연(靑燕) 13.03.13 3,290 0
129463 홍보 [일반/판타지] 어느날 그 어느곳에서 +2 Lv.24 寒夜 13.03.13 3,876 0
129462 한담 한국 무협은 또 한 차례의 세대 교체를 겪고있는 ... +29 Lv.8 Aires 13.03.13 7,008 0
129461 한담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까? +10 Lv.47 헤븐즈 13.03.13 3,833 0
129460 한담 멋들어지게 표현하면서 쉽게 풀어가는것. +13 Personacon 흑천청월 13.03.13 3,340 0
129459 홍보 [일반/무협] 백과 흑의 경계에 서 있는 자 이중서... +2 Lv.21 향란(香蘭) 13.03.13 3,145 0
129458 한담 어떤 식으로 글을 쓰시나요? +14 Lv.18 살혼검 13.03.13 2,265 0
129457 한담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11 Lv.4 네로비 13.03.13 3,758 0
129456 요청 주인공의 성격이 똑부러지는 소설추천해주세요~ +5 Lv.72 가나연 13.03.13 3,811 0
129455 홍보 [일반/현대판타지/19금] 붉은 재앙. 레드 페이스 +7 Lv.25 탁월한바보 13.03.13 7,553 0
129454 추천 <일반연재/게임> HERO DREAM 추천합니다. +6 Lv.3 빅파더 13.03.13 5,602 0
129453 한담 설정을 가볍게 하는 글도 어렵습니다. +8 Lv.13 최강바보 13.03.13 4,415 0
129452 알림 3월 12일 연참대전 집계 - 2일차 +26 Personacon 강화1up 13.03.13 3,445 0
129451 홍보 [일반/판타지]스사냐의 섬 +6 Personacon 르떼 13.03.12 2,942 0
129450 한담 조금 사소한 고민이 있습니다. +9 Lv.17 꿈꿀소금 13.03.12 2,388 0
129449 한담 다들 하루 몇시간정도 글을 쓰시나요? +22 Lv.1 머니마니모 13.03.12 2,479 0
129448 알림 연참 수정 알림입니다. Personacon 키아르네 13.03.12 2,773 0
129447 한담 글을 쓴다는게 쉽지 않군요 +22 Lv.1 [탈퇴계정] 13.03.12 2,722 0
129446 홍보 [일반/판타지] 성인 특수 학원물 '비밀의 수호자' +3 Personacon Pasionar.. 13.03.12 4,064 0
129445 알림 연참 수정 알림입니다. Lv.1 [탈퇴계정] 13.03.12 3,507 0
129444 추천 거병님의 선라이즈와 天長地久를 동시 추천합니다. +24 Lv.99 아몰라랑 13.03.12 9,867 0
129443 알림 연참대전 수정 알림입니다. Lv.20 슬라빅 13.03.12 2,943 0
129442 추천 게임판타지, 백악기 시대 추천합니다! +6 Lv.1 루파아앙 13.03.12 6,965 0
129441 요청 글을 찾습니다 +4 Lv.63 가출마녀 13.03.12 4,608 0
129440 요청 요삼님 초인의 길이 너무나도 보고 싶습니다,,, +6 Lv.89 바봉 13.03.12 4,373 0
129439 한담 작가란 무엇일까? +33 Lv.47 헤븐즈 13.03.12 3,711 0
129438 한담 독자님들이 중심을 두고 있는 관점이 무엇일까? +22 Lv.60 정주(丁柱) 13.03.12 3,888 0
129437 홍보 [판타지/sf]침묵의 섬 +1 Lv.9 애플주스 13.03.12 2,400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