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인터넷 상의 여러 소설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항상 마주치게 되는 성가신 녀석이 있습니다. 소설을 쓰는 사람이나 그 소설을 읽는 사람이나 피해갈 수 없는 녀석이죠. 특히 조금 인기를 끈다 싶은 이제 막 자라나는 새싹을 단 몇 마디의 말로 무참하게 밟아 버리는 녀석이기도 합니다. 이놈의 이름이 뭐냐구요? 딱히 정의하기도 어렵습니다. 항상 나올때마다 서로 다른 이름들을 달고 있어서요. 하지만 이놈의 이름으로 자주 불리는 몇 가지 단어들은 있습니다. 오늘은 그 몇 가지 단어들에 대해서 잠시 저의 사견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볼까 합니다. 재미없는 이야기 일 수도 있습니다. 억지 주장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 분명 그럴겁니다. 그러니 한가하신분만! 정말 그러하신 분만! 이 글을 읽어 주시고, 저의 생각이 잘 못 되었다 라고 여기시는 분들은 그냥 “그건 아니지 이 사람아!”하면서 일갈 해주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할까요? 제가 오늘 소개할 그 놈의 첫번째 이름은 바로 개연성입니다. 하하! 어디서 많이들 들어본 이름이지요? 여기 문피아에서도 논쟁이 일면 항상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로 알고 있습니다. 간혹 이런 짧은 문장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말도 안 돼!” 네. 여기서 우리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지적 수준을 의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대꾸 합니다. “말이 되는 얘기가 듣고 싶다면 그냥 마을 장로회관에서 낮에 막걸리 한 잔 들이키고 계시는 어른들께 인생 이야기나 여쭙지 왜 소설을 읽으세요?” 흔히 소설을 보고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이 돼?”라는 둥의 이야기를 자꾸만 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분명 소설은 현실이 아닌 저 가상의 공간인데 그곳에 말이 되는 이유를 바라는 그 이유!
저는 우선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생각해보길 권합니다. 강요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제안하는 이 방법을 사용했을 땐 조금 더 여유롭게 가상의 세상을 바라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 방법은 바로 현실성과 개연성을 혼동하지 않으시는 겁니다.
현실성이란 과연 뭘까요? 현실에 일어나 있는 모든 것들? 혹은 현실에 일어날 만한 모든 것들? 각 개별 가능성들의 최종 상태? 의외로 누구나 혹은 모두가 현실성에 대해서 말하지만 그것에 대해 확고하게 정의 내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우리 모두의 머리속에는 현실이 그리 순조롭게 혹은 일어날 듯한 일만 일어나는 세상은 아니라는 점을 잠재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서 일까요?
자, 다음으로 그럼 개연성은 뭘까요? 이건 의외로 쉽게 이야기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야기의 그럴듯한 정도. 즉 이야기의 여러가지 각 연결점들 중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연결상태를 이야기 하는 거죠.
우선 이 둘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봅시다. 이 둘이 과연 같은 걸까요? 현실성이 현실에 일어날 듯한 일 혹은 그렇게 된 일이라고 주장된다면 과연 이것이 그럴듯하다는 개연성과 같은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실성이란 개연성과 비개연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개연성은 현실성을 넘어서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말하면 뭔가 이상한 것 같아서 몇 가지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령 지난날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허경영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죠.
우선 결혼하는 한 쌍에게는 각각 5천만원씩 1억을 주고 출산시 3천만원을 지급한다. 노인 한 쌍에게 1인당 70만원씩 두 분다 살아계실 시에는 140만원을 지급한다.
과연 현실성 있는 공약이라고 할 수 있을 까요? 지금 한국의 이 현실 위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정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현재에서 희망찬 가능성이 계속된다 해도 언뜻 실현 되기는 힘들 듯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현재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그럴 가능성은 아주 미약하기 때문에 사실상 가능성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즉 현실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개연성마저도 없을까요? 저는 여기서 개연성의 가능성과 현실성의 가능성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성은 지금 실재해야하고, 내가 느낄 수 있는 상태로 실재할 수 있어야 하기에(이것이 현실적 가능성)불가능 합니다. (가령 내 집에 블랙홀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블랙홀의 생성 매커니즘은 알려져있지만 능력이 없어서 못하는 일 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블랙홀의 생성 매커니즘을 알고 있고 그 매커니즘을 구현해낼 신적 존재가 소설상에 존재한다면 그건 가능하겠죠.)
하지만 이곳과 다른 훨씬 더 희망찬 한국에서는 개연성있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가상의 공간이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가상의 공간에서 아무리 개연성 혹은 개연성의 가능성을 지녀도 현실성을 지녔다 말할 수 없습니다. 어찌되었건 그 곳은 가상의 세계이기 때문에 실재하지 않고 현실과 비교해본 결과 실재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지요.(하지만 소설속에 현실적 가능성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현실성은 개연성과 붙어있지만 개연성은 현실성과 떨어져있다고 쓴 이유입니다.
또 일례로 열세의 병력으로 우세의 병력을 격파해낸 옛 전투들을 상기해 봅시다. 너무나 많습니다. 의외로 그러한 현실적이지 못한 승리가 지금의 역사를 이룩해온 것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래서 영웅이 있는 거겠죠.
누군가 학창시절에 13대 133으로 싸워서 이겼다고 말하면 누구라도 “말도 안돼!”라고 말할 겁니다. 마찬가지로 이순신이 배 13척으로 133척과 싸워 이겼다고 말하면 처음 듣는 사람은 잘 믿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길 수 있었던 이유들을 차근차근 말해주면 드디어 그 사람은 납득하게 될 겁니다. 아군의 전함이 적군의 전함보다 컸고, 우수한 화포를 가지고 있었고, 지형과 기후, 조류와 정보를 잘 이용했고 백병전을 철저히 피하는 등등... 저는 이것들이 바로 현실성의 포인트이고 개연성의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처음 점부터 끝 점으로 바로 이어버리면 이야기가 되질 않습니다. 이것은 저보다 문피아분들이 더 잘 아실겁니다. 조조가 1만으로 10만의 원소를 이겼다고 단순하게 말해버리면 아무도 믿지 않겠죠. 그 사이사이에 그럴만한 납득할 만한 점들을 찍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개연성은 바로 얼마나 이런 적합한 포인트가 많이 찍혔나에 따라서 승부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소설에 개연성을 원하시는 분들은 이러한 포인트들을 많이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그럼 이렇게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도 개연성만 있다면 다 받아 주라는 말씀인가요? 라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답은 “아니요” 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도 엄밀한 개연성만 존재한다면 받아들이시는데 그리 거북함이 없을 겁니다.
가령 나비는 납니다. 그 이유는 날개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말도 날개가 있다면 날 수 있을 겁니다. 라는 이런 단순한 패가수스를 생성해내는 방법은 그리 부담스러우시지 않겠지만 10서클짜리 메테오를 맥도날드 1분 서비스 하듯이 보내버리는 그런 존재는 조금 부담스러우실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우선 그런 존재가 존재하기 위해선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겠죠. 메테오를 어떻게 만드는지 혹은 불러오는지 모르겠지만 무의 상태(즉 에너지)에서 유의 상태(물질)로의 환원은 상상하기 힘든 에너지를 필요로 할겁니다. 공간을 열어서 소환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구요. 그런 고에너지를 몸속에 지닌 존재라면 아마도 엄청나게 뜨거울 것이고 응축된 에너지로 그것을 가지고 있든 핵융합을 해서 그런 에너지를 만들든 꽤나 무거운 존재일 겁니다.
여기서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작가가 만든 세계가 스스로 완결성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메테오를 1초 단위로 날리는 괴물이 있든 높이 1km짜리 괴물이 있든 상관없지만 그런 괴물이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을 독자에게 풀어서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겁니다. 그런 세상에서는 그런 세상만의 물리적 특성이 존재해야 할 것이고요. 물리학적 지식을 원하는게 아닌 일반적인 선을 말하는 것이고, 작가분들에게 한번 쯤 “내 소설에 어떻게 이런 놈이 존재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을 가져보길 권하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는데 결국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개연성이란 건 어찌보면 논리적인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이다라는 부분에 얽매이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그 세계에 블랙홀을 만드는 사람이 있든 메테오를 불러오는 악마가 있든 현실적으로 생각하는게 아닌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 에너지를 가진 존재 혹은 끌어모을 수 있는 존재가 있고, 워프가 가능한 세상이라면 충분히 메테오가 가능하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긴 글 다 읽는 분이 계실까 모르겠지만, 너무 당연한 소리 한다고 면박주시면 저도 슬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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