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글의 침묵.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
13.01.07 15:31
조회
3,855

글을 쓰는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글이 있어....

...라기 보단 제가 보니 도움이 될 것 같아... 

아니, 처음 읽었을 때 저 혼자 가슴이 뜨끔하였던 글이라  

혹시 문피아에서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타이핑 해 보았습니다. 


장 그르니에의 산문집 “섬”을 옮긴 김화영 선생의 옮긴이의 말 “글의 침묵” 중 일부분입니다.



-----

아무나 글을 쓰고 만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주워온 지식들로 길고 긴 논리를 편다. 천직의 고행을 거치지 않고도 많은 목소리들이, 무거운 말들이 도처에 가득하고, 숱하고 낯선 이름들이 글과 사색의 평등을 외치며 진열된다.


정성스러운 종이 위에 말없는 장이 깎은 고결한 활자들이 조심스럽게 찍히던 시대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멀리 떠나 왔는가? 노랗게 바랜 어떤 책의 첫 장을 넘기고 장인 마리오 프라시노가 고안한 장정 도안에 의거하여 그리예와 페오의 아틀리에에서 제조한 독피지(犢皮紙)50부의 특별 장정본을 따로 인쇄하였다.”라고 써놓는 것을 읽을 때면 마치 깊은 지층 속에 묻혀버린 문화를 상상하는 듯하다. 그런 책 속에는 먼 들판 끝에 서 있는 어느 집 외로운 창의 밤늦은 등불 빛이 잠겨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썩지 않는 비닐로 표지를 씌운 가벼운 책들을 쉽사리 쓰고 쉽사리 빨리 읽고 쉽사리 버린다. 재미있는 이야기, 목소리가 높은 주장, 무겁고 난해한 증명, 재치 있는 경구, 엄숙한 교훈은 많으나 아름다운 글은 드물다.


잠 못이루는 밤이 아니더라도, 목적 없이 읽고 싶은 한두 페이지를 발견하기 위하여 수많은 책들을 꺼내서 쌓기만 하는 고독한 어떤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지식을 넓히거나 지혜를 얻거나 교훈을 찾는 따위의 목적들마저 잠재워지는 고요한 시간, 우리가 막연히 읽고 싶은 글, 천천히 되풀이하여, 그리고 문득 몽상에 잠기기도 하면서, 다시 읽고 싶은 글 몇 페이지란 어떤 것일까?

겨울 숲속의 나무들처럼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서서 이따금씩만 바람소리를 떠나보내고 그러고는 다시 고요해지는 단정한 문장들. 그 문장들이 끝나면 문득 어둠이나 무(), 그리고 무에서 또 하나의 겨울 나무 같은 문장이 가만히 일어선다. 그런 글 속에 오는 적막함, 혹은 환청, 돌연한 향기, 그리고 어둠, 혹은 무, 그 속을 천천히 거닐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 산문집을 번역했다.


<후략>


 


Comment ' 11

  • 작성자
    Lv.22 양산형A
    작성일
    13.01.07 16:28
    No. 1

    형식미에 치중해 내용이나 뜻이 부족하거나 세상을 바꿀 힘이 없어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한국 문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글이나 건조하고 골계미만 강조하는 헤밍웨이식 표현을 언급했던 게시글이 한담에 올라온 뒤라 그런지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글을 강조하고 현실에서 그런 글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하는 이야기 같은데 사실 저분(번역자분)이 말하는 아름다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고, 또 그걸 아쉬워하며 붙잡는 행위가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일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사람들이 활발하게 글을 읽기 시작한 것은 고작 500년도 되지 않는 역사이고, 멀리 갈거 없이 우리나라만 해도 우리 글로 다수의 사람이 글을 읽고 표현한 것은 100년, 50년도 되지 않죠. 그 100년전 500년전 사람들이 한문과 라틴어 경서를 뿌리치고 한글과 독일말로 새로운 글의 장르르 써내려 갔던 것도 글과 기록의 역사에서 보자면 그리 오래전의 일은 아니죠. 옛날 신에 대한 찬미나 형식을 짜서 읊조리던 시조가 지금은 소수의 계층만이 만들어내고 즐기는 것이 된 것처럼. 아름다운 글에 대한 갈망이나 집착이 비닐에 싸여서 버려지는 글에 구축당하는 것이 나쁘고 되돌려야 할 일인가 하는 의문이 생겨납니다.

    아쉬워 하는 것을 이해할수는 있지만 재밌고 주장이 세고 무거우며 난해한 증명이 가득한 글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는 동의할 수 없는 글입니다.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 재미있고 재치있고 한편으로는 무거우며 난해하지만 강한 자기주장이 뒤섞여 있는 글이 탄생하는 것에 방해를 줄 수 있는 글로 보입니다. 엘리트주의 대중이론을 매우 싫어하는 저로써는 다소 서툴고 꼬장꼬장해도 좋으니 "아름다워 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글이 올라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일
    13.01.08 00:50
    No. 2

    ㅎㅎㅎ강철남님, 저는 그저 제가 읽기에 좋아서 혹시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될까 싶어 가져왔던 것 뿐입니다. 이글의 저자분(김영화 선생)의 의견에 100%동조 하는 것도 아니고 저역시 아름다운 글만이 우선이라고 생각해본적도 없으며, 본문 역시 그렇게 말하고 있죠.
    그저 그러한 감성을 느껴본 사람으로서의 아쉬움을 저자는 말할 뿐입니다. 그래서 "~~~글은 많으나 '아름다운 글'은 드물다"고 한 것이죠. 물론, 읽기에 따라 이것이 아름다운 글을 선호하는 저자의 성향을 나타내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가 다른 글을 폄하하지는 않았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구요.
    오히려 강철남님이야말로

    "아름다워 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글이 올라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라고 말을하며 그러한 노력을 부정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아, 이건 제가 강철남님을 부정하거나 공격하려하는 것은 아님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본문의 글에 다른 성향의 글을 공격함이 없는데 오해를 하시는 것 같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저 또한 이글을 씀에 있어 이런 글만이 옳다라는 식의 말을 하고자 한 것도 아니었구요. 그저 연재한담이고 글에 관련된 내용을 쓰는 카테고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판단하기에"좋은 글이라 여겨 도움을 받으실 분이 계실까 싶어 써 본겁니다.

    글이라는 것이 언제나 오해를 동반하기에 혹여나 기분이 상한 부분이 있으셨다면 사과드리며 취지가 그런 것은 아니었음을 말씀드립니다.

    P.S-오히려 저는 고리타분한 국문학계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제가 썼던 글 중에는 강철남님이 말씀하신 국내 문학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에 관한 것도 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BanS
    작성일
    13.01.07 21:15
    No. 3

    뭔가 와닿는 글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일
    13.01.08 01:07
    No. 4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중고독자
    작성일
    13.01.07 23:28
    No. 5

    수백억대 부자가 동창회가서 자기 돈으로 맨날 자신이 먹듯이 한끼에 수백만원 짜리 밥을 사는건 죄가 아닙니다
    눈치가 없다는 소린 들을수 있어도 죄인 취급 받을 이윤 없습니다
    그건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까요

    동창회비 일억식 내자고 강요하거나
    20억짜리 차 가지고 싼맛에 샀다고 개드립 치면 돈 GR이지만
    원래 평소에 자신이하는 행동을 편하게 무의식 중에 하는건 죄가아닙죠

    눈치 채셨습니까 ?

    카프카 님의 말씀들은 솔직히 장황하고 어려워요
    그게 고의로 꼬아 쓴 것이나 무리해서 포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적 수준에서 평소에 주변 지인들을 대할 때
    원래 그렇게 하셨더라도
    글을 읽는 사람을 배려해서 좀 쉽게 써주세요
    물론 원론적인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하고 싶긴 하겠지만
    괴리감 안 생기게 이해하기쉽게 정리라도 한번 해주고
    서적의 말씀이나 문학론적인 말씀을 해 주세요

    그러면 훨씬 귀하가 다가가기 편하고 친근하게 느껴질 듯 합니다
    저 지금 퇴근 중 ㅠㅠ
    아직도 한시간 이상가야 함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일
    13.01.08 00:55
    No. 6

    ㅎㅎ중고독자님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전혀 수백억대의 부자(물론,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라)가 아니지만, 중고독자님이 하시는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겠습니다.
    분명 글을 전달함에 잇어서 상황과 장소에 맞지 않게 쓴것 같네요..^^;;

    다만, 그것이 어떤 의도(돈지랄 같은 잘난척)에 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 글은 위에도 댓글을 달았지만, 하나의 시각으로써 참고할만 할까 싶어,
    그리고 그런 와중에 저는 당연히 원문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름 시간을 들여 책에 있는 것을 열심히 타이핑 했는데
    그게 역효과를 낳았군요...ㅠㅠ

    어쩌면 엇그제 있었던 이승원임다님의 일도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중고독자님 조언 감사하구요.
    말씀을 참고해서 앞으로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7ㅏ
    작성일
    13.01.08 00:53
    No. 7

    유행에 따라 흘러가는 가벼운 인스턴트같은 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가슴깊이 품고 오랫동안 곱씹으며 음미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글을 찾아내여 번역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맞나요?

    동감은 가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장황해서, 집중이 안되는 글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일
    13.01.08 00:59
    No. 8

    테일즈로드님, 네 대략의 뜻은 맞습니다.
    그런데 굳이 '인스턴트 같은'글이 넘쳐난다고 하는 것은 아니구요.
    그런 것도 있지만, '아름다운 글'도 있는데 그것이 보기 드물어 아쉽다.
    그래서 아름다운 글을 발견하여 번역하였다.
    정도의 의미인데...

    이거 아무래도 제가 글을 잘못 쓴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처음에 읽고 뭔가 뒷통수를 때리는 게 있어서 다른 분들도 혹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가져왔었던 글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티그리드
    작성일
    13.01.08 01:47
    No. 9

    아무래도 말이란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까요. 저도 살짝 그런 느낌을 받긴 했었습니다. (태클거려는 것도 아니고 카프카님께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미리 말씀드립니다.) 읽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묘하게 지적 허영심이랄까 그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F.카프카
    작성일
    13.01.08 01:52
    No. 10

    ㅎㅎ티그리드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조심해야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1.08 05:34
    No. 11

    전 카프카님에게 한표

    때로는 독자를 배려해야하지만
    때로는 노력도안하고 무조건편하게만 읽으려는 몇 유치한독자들게 일침도 가할 있야한다고 봅니다

    대여소설에 대한이 야기들이러면 모르겠지만.
    카프타님은장르소설에 문학적미를 부여하고싶으신 분이니까요

    아무래더 순뮨학적 이론이 나올슈밖에ㅇ..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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