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일반/판타] '하늘 위의 땅'

작성자
Lv.4 까마수투리
작성
13.01.07 23:21
조회
4,754

 

안녕하세요, 까마수투리라고 합니다... :)


연초에 문피아에서 연재했던 글을 조금 손을 봐서 다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나름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꾸려보았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래는 포탈입니다.

 

http://blog.munpia.com/ggamasuturi/novel/5088

 

 

 

.....

 

 

 


  “탈춤을 배우고 싶어요.”
  오래간만에 찾아온 손주의 그 말만 아니었더라면 노인의 하루는 그 전날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다. 구들장이 다 식어갈 무렵인 이른 새벽, 바닥에 붙인 허리가 잠결에 슬슬 시려올 때쯤이면 여지없이 눈이 뜨였다. 하루의 시작이다. 누렁이 먹일 소죽을 끓여야 했다. 솥에다 한 가득 뜨물과 여물을 쏟아 붓고 아궁이에 불을 붙인다. 한참을 불을 때다 솥 귀퉁이에 거품이 바글바글 넘치기 시작하면 준비해둔 쌀겨를 부어넣는다. 마침 남은 감자가 두어 덩이. 노인이 혼자 먹기에도 아쉬운 양이라 그냥 솥에다가 같이 던져 넣는다.
  장작불 타는 매운 연기가 이따금 노인의 얼굴을 덮쳤다. 켈룩, 켈룩. 기침과 함께 눈물 한 방울이 삐죽 솟아올랐다.
  “바람이 부나?”
  노인은 볼멘소리를 하며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켈룩, 켈룩. 연기를 제대로 들이마셨는지 기침이 멈추질 않았다. 부아가 치밀어 홧김에 부지깽이를 내질렀다. 부지깽이 끝에 장작이 걸릴 때마다 퍽퍽, 바람 터지는 소리와 함께 불티가 흩날렸다.


..

 

  빗소리에 어째 좀 무게가 실리나 싶더니 어느새 빗줄기가 차츰 굵어지고 있었다. 정말로 한바탕 퍼부을 모양이구나. 쿠르릉. 하늘에서 천둥 끓는 소리가 났다. 동쪽이었다. 감자밭과 느티나무를 오가며 뛰놀던 아이들이 제법이나 놀란 모양이다. 한창 놀이를 멈추고 잠시 후, 두 패가 하나로 둥글게 모여선 저들끼리 뭐라 뭐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만두고 가려는 것이냐? 처진 어깨, 두 손 모아 쥔 뒷짐, 괜스레 놀려보는 흙발길질, 그 모두에서 아쉬움이 뚝뚝 묻어났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아이들은 각자 웃옷을 벗어 받쳐 들고는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이 차례로 줄을 지어 논두렁을 따라 걷는다. 흰 옷을 뒤집어 쓴 하나하나가 꼭 졸망졸망 핀 방울꽃 같았다. 빗속에서 피어난 하얀 방울꽃들의 걸음걸음. 노인은 미소를 지었다.
  “아지야.” 또 노인은 혼잣말을 했다.


...

 

 도처에 총소리가 가득하다. 긴 비명, 짧은 탄성, 악에 받친 고함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낮게 쏴, 발사!」
  투탕탕! 구령이 떨어지자 수십 발의 총성이 일제히 터진다. 우리 소대인가? 아아, 어찌나 총성이 큰지 귀가 다 멍멍해질 지경이다. 투쿵, 투쿵, 가슴 아래 심장이 갈빗대를 연신 두들긴다. 뭉쳐진 화약 냄새가 매캐하게 코를 찌르고 들어온다. 쿨럭. 목구멍이 따갑다. 콧속이 시큰시큰하다. 아려오는 눈깔 사이로 눈물 한 방울이 비죽 솟아오른다.
  눈앞이 흐리다. 또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스르르 눈꺼풀이 감겨든다.
  콰쾅! 갑자기 엄청난 폭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린다. 무시무시한 충격이 엄습한다. 근처에서 지뢰솥이 터진 모양이다. 그 기세에 퍼뜩, 정신이 든다.
  그래, 살자. 살아남자.
  자세를 다잡는다. 총은 장전되어 있다. 한 차례 사격을 하기 직전 화살을 맞고 정신을 잃었다. 그래, 필사적으로 싸워서 살아남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오히려 죽을 각오를 하는 것이다. 이 험난한 아수라를 헤쳐 나가는 것이다.

....

 

 

 

 


늘 좋은 하루 되시길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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