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의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신은 X같다.’
그리고 역사에는 이 한 마디로 시작된 전쟁이 있습니다.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DEUS VULT!)”
바로 십자군 전쟁입니다.
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전투.
십자군 전쟁.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봄직한 전쟁사입니다.
종교 전쟁이라는 특이성과 참으로 기묘한 히스토리 덕분에 다큐, 영화, 게임 같은 여러 매체에도 나왔죠. 아마 많은 분들이 떠오르는 건 바로 영화
리들리 스콧 감독의 킹덤 오브 헤븐일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들어가서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크루세이더 킹즈>를 떠올릴 것입니다.
위 두 작품을 경험했거나, 경험할 예정이라면 이 작품은 더욱 재밌을 겁니다.
십자군 전쟁을 다룬 대체역사 게임 판타지.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입니다.
존경하는 문피아 웹소설 독자 여러분은 아마도 긴 시간 속에서 한번 쯤은 대체 역사, 영지물을 보셨을 겁니다.
이 작품은 해당 장르의 장르적 재미를 주면서도 형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느낌을 줍니다.
제가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를 처음 접하면서 느꼈던 감정은 ‘오’ 였습니다.
개쩐다, 지린다. 대박이다. 같은 수식어보다는 간단하면서 짧은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십자군 이야기는 확실히 매력적이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소재입니다.
시오노 나나미 작가의 <십자군 이야기>를 빌려 말씀드리자면, 십자군 전쟁은 굉장히 복잡한 상황에서 벌어진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기독교도들이 뿔나서 이슬람 세력을 족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뒤에는 유럽 세력의 경제, 정치, 종교적 상황 등이 깔려 있습니다.
즉,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유럽 세력의 기득권들이 기어코 전쟁 선포 서류에 도장을 찍은 것입니다.
이 작품은 그 십자군 이야기를 소재로 채택한 것입니다.
과감한 결단이지요.
금단의 비기를 사용한 작가님이 드디어 나왔구나.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복잡한 역사 이야기는 접고 본 작품이 왜 재미있는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본 작품은 크루세이더 킹즈를 모티브로 한 <라스트 크루세이더즈>라는 게임에 주인공이 빙의하면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의 퀘스트는 예루살렘을 수호하는 것.
이 퀘스트 보상은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겁니다.
살기 위해서는 예루살렘을 수호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지요.
자, 여기서 재미있는 포인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1. 주인공은 나병왕, 보두앵 4세의 조카로 시작한다.
보두앵 4세는 나병왕이라는 이명을 가진 왕입니다.
나병을 앓지만 지혜를 가지고 통치를 펼친 아주 현명하고 간지 폭발의 왕입니다.
<다키스트 던전>의 나병환자는 바로 이 캐릭터를 모티브 삼은 것이지요.
주인공은 이 왕의 조카로 빙의하게 됩니다.
보두앵 4세의 눈 밖에 난 망나니 조카지만...
이제 주인공은 차가운 이성을 지닌 데다 십자군 게임 라스트 크루세이더즈까지 섭렵한 고인물입니다.
보두앵 4세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지만 주인공은 이를 파훼하고 몇 수를 더 앞서 보면서 인정받기 까지 합니다.
이 장면의 호흡은 마치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도준과 진양철의 대화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위대한 왕의 지혜로운 안목을 이해하는 건 이제 망나니 왕족으로 취급받던 주인공 밖에 없습니다.
2. 위기의 예루살렘
작가님이 본 작품에 업로드하신 지도를 그대로 올렸습니다.
이런 지도를 삽화로 올리는 작가님. 더욱 더 작품이 끌리지 않습니까?
<크루세이더 킹즈>가 연상되는 폰트까지. 정말 완벽합니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예루살렘 왕국이 보이십니까?
정말 X같은 땅입니다.
이 지도를 보여드린 이유는 이 한 장만 봐도 개꿀잼 팝콘각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환상의 성지는 사실 포장지에 불과했고
현실은 시궁창인 것입니다.
예루살렘이 어떤 곳이냐?
이 곳에 들어오는 자는 희망을 버려라.
입 다물고 겸허한 순례자 코스프레를 해도 모자란 판, 똥 빠지게 수성해야 되는 절망의 요새인 것입니다. 삼국지 제갈량이 북벌을 위해 출사표를 내세웠지만 예루살렘에 떨어졌다면 ‘아, X발거. GG.’ 를 쳤을지도 모릅니다.
주인공은 여기서 하드 캐리를 해야만 현실로 살아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벌써 기대감이 올라갑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불가능했던 퀘스트를 주인공은 어떻게 클리어할 것인가.
제가 느낀 본 작품의 큰 재미 포인트는 위에 언급드린 두 가지입니다.
세줄 요약을 하고 싶었지만 작품이 참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너무 많이 떠들었습니다.
사실 모든 걸 집어치우고 추천하는 이유 단 한 가지를 내세우라면 단순합니다.
작가님의 애정과 열정이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웹소설 중에 정성 없는 작품 어디 있냐?
하시겠지만 이게 체감이 됩니다.
일목요연한 지도를 준비해서 삽화로 넣으신 것부터 시작해서 서사, 캐릭터 등등 아주 알찹니다.
그리고 저는 이 작품을 게임 판타지 빙의물로 보기 때문에 고증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작가님도 그걸 고려하신 것 같고요. 거슬리는 부분도 없었습니다. 입문하시는 분들도 그냥 게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더 몰입이 쉬울 것 같아요.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글입니다.
뜨거운 땅 위에서 벌어진 가열찬 전쟁 이야기.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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