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소설의 추천글을 써야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분량이 이제 6화 정도로 적어서는 아닙니다. 물론 이 부분 역시 많은 분들이 '싫어하실만한' 추천글의 요소 중 하나이기는 하겠지만, 제가 이 추천글을 쓰는 걸 고민하게 만든 건 더 근본적인 요소입니다.
바로, 파쿠리입니다.
표절, 오마쥬, 패러디, 이런 표현들로는 뭐라 설명하기 힘든 '흉내내기'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의 정체성입니다. 제목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 소설은 '회귀수선전'이라는 소설을 적나라할 정도로 당당하게 흉내 낸 소설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신기합니다. 이 소설에 어울리지 않는 장르의 플롯을 흉내내고 있으니까요.
미쳐 날뛰는 파워밸런스와 다양한 환상문학적 이적들이 등장하는 장르의 플롯과, 현실을 배경으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장르의 플롯은 당연히 다릅니다.
선협과 작가물의 플롯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죠. 각자의 장르에서 추구하는 '재미포인트'가 다르니까요.
그런데 이 소설은 무척이나 당당하게, 전혀 다른 장르에서 플롯을 훔쳤습니다. 예고장을 던지고 당당하게 눈 앞에서 보물을 훔쳐가는 괴도처럼, 어떤 기상천외한 속임수를 사용해서 이야기를 훔친 겁니다.
마치, 마술처럼요.
물론 이런 미사여구가 이 소설에는 과분하다고 여기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창작의 본질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이 소설은 그저 다른 소설의 유행에 편승한 도둑놈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진 괴도라도, 결국 사회정의의 측면에서 보면 잡아아할 도적놈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이 소설 역시 그럴 테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로서는 이 소설이 온당한 지 판단하기 어려우니,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독자의 심판대 위로 올려 재판토록 하고 싶습니다.
이런 말들이 다른 소설을 도둑질한 소설을 추천하는 이유로는 지나치게 번듯하다면.
그냥, 제가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으니 여러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소설의 재미포인트는, 당연하게도, 회귀수선전이라는 소설의 구조를 다른 장르에 맞추어 꾸며내었다는 것이겠지만.
회귀수선전을 읽지 않으셨을 수도 있는 새로운 독자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으니,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입니다. 정확히는, 작가 호소인에 가깝습니다. 유료화 한번 해보지 못한 망생이. 재미없는 글밖에 쓰지 못하는 재능없는 작가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의 재능없음은 다른 '성공한' 작가들과 비교하여 더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과거에 자신이 만들었던 몇몇 작가 지망생들의 커뮤니티. 그곳에서 오직 자신만이 작가로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열등감.
작가로 성공하지 못한 채 트럭에 치여 생을 마친 주인공은, 회귀합니다. 자신과는 달리 '재능있던' 여섯 명과 함께 작가 커뮤니티를 만들던 그날로.
프롤로그는 여기서 끝입니다.
그 이후로는 반복되는 회귀를 통해 작가로서, 글쟁이로서 성장하는 것이 이 소설의 내용입니다.
만약 회귀수선전을 읽지 않으셨더라도, 꽤 새로운 맛의 작가물로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기존의 작가물과는 많이 다르지요. 작가물의 플롯이 아니라 다른 장르의 플롯을 훔쳐왔으니까요.
이 도둑질이 중간에 막힐 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로 변화할 지, 아니면 보름달이 뜨는 달마다 보석을 훔치는 괴도처럼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아직 6화밖에 안 되니까요.
그러니 함께 지켜봅시다.
이상, 회귀작가전 추천글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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