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손짓 한 번에 운석을 떨어트리는 10서클 대마법사도, 발짓 한 번에 땅을 가르고 오러를 일으켜 괴물을 베는 영웅도, 뭐든 마음 먹은대로 다 할 수 있는 먼치킨도 없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아주 조그마한 물결이 퍼져나가는 듯한 조용하고 담담한 분위기의 글은, 초반부만 보면 이게 판타지야? 하고 의문이 들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글이 전개될수록 주인공의 특별함이 부각되며 판타지다운, '특별함'으로 인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겨우 8살짜리 꼬마 아이라는 것도, 그 아이가 웬만한 성인보다 차분하고 논리적인 성격이라는 것도 이 글의 신선한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간략한 줄거리는, 이계의 빈촌에 살던 어린 남자아이가 가족들과 마을사람들이 갑자기 증발하듯 사라져버린 상황을 겪고 알 수 없는 꿈을 꾼 직후 '현대'로 차원이동을 하는 걸로 시작하는데, 이후에 다시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 마법을 배우게 되고 또 '현대'로 돌아오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양산형 판타지 소설다운 통쾌함이나
주인공의 초월적인 강함을 통한 카타르시스보다는,
풍경이나 심리적인 상황에 대한 묘사를 하는 특유의 문체와
나름대로 철학을 바탕으로 설계된 마법의 세계관에서
이 글의 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마법의 발현을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연계시킨 점 등등)
마찰계수를 활용해 마법을 펼칠 방법을 고심하는 8살 남자아이, 세계의 현상의 원리와 사물의 고유성질을 고민하는 주인공을 보다보면 독특한 소재의 문학작품, 특히 청소년 성장소설의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최근 유행하는 느낌의 글들과는 표현이나 방향성이 조금 다른 것 같지만,그래서 더 신선하게 봤습니다.
잘생긴 외모. 특별한 마법 재능. 진리를 탐구하는 천재적 면모.
이런 차고 넘치는(?) 재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모든 것을 만능키처럼 쥐고 흔들지만은 않기 때문에
개연성이나 사건 전개 흐름에 있어 과하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위기 속에서 마법적 능력을 발현, 성장해나가기도 하고
내면적인 부분도 성장해가는 전개가 억지스럽지 않거든요.
아직 40화 정도까지 본 게 전부라서 이 정도의 평가밖에 할 수 없지만, 주인공이 이계와 현대를 넘나드는 이유와 실종된 가족들의 행방, 주인공 이름의 중요성 등 떡밥으로 뿌려진 부분이 어떻게 회수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계속 차원을 넘나들 것인지 등 앞으로의 전개도요.
무엇보다 현대의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자신만의 마법 세계를 구축, 확장해나갈지,
그 능력의 성장 과정이 가장 흥미롭네요.
문피아에서 보기 드문 종류의 글이라고 느껴서
처음으로 추천글을 써봅니다.
전 원래 먼치킨도, 최근 유행하는 글들도 아주 좋아합니다.
순위권에 있는 글들도 재밌게 보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 다른 느낌의 잔잔한 성장물을 보고 싶은 분들께
이 글을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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