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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63 4007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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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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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독점 수양대군, 코끼리를 만나다!

유료웹소설 > 연재 > 대체역사, 퓨전

새글 유료

테르시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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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몇 번 이야기 한 적 있지만, 문화 컨텐츠는 그 주요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전개시켜야 한다. 독자들이 잘 모르는 분야라면 작가가 대충 그럴듯하게 쓰면 되지만 독자들이 잘 아는 분야라면 조그만 오류라도 글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글을 읽을 때는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이것 저것 다 읽는 편이지만, 대체역사 소설을 읽을 때면 왠지 좀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아무래도 글의 세계관이 이미 일어난 역사를 바탕으로 설계되고, 독자들이 나름 세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깐깐하게 읽는 사람이 많다보니 작가 역시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다른 장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더 탄탄한 구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초반에 망작 걸러내기가 쉽다는 소리.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있는데, 평화로운 시절을 비틀어봤자 나오는 게 없는지라 대체역사로 카타르시스를 주려면 항상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던 때가 배경이 된다는 사실이다. 대체역사 소설의 목록에서 눈 감고 찍어본다면 십중팔구는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 배경이 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수양대군에게 초점을 맞춘 이 소설은 나름 신선하다. 게다가 여기에 섞어넣은 요소가 현대인의 정신을 갖고 회귀하는 것도 아니고, 판타지나 무협 세계에서 건너온 것도 아닌, 다름아닌 코끼리다.

조선 시대에 코끼리를 기르기 시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역사적 사실은 이미 나와있긴 하다. 조선 태종 시절 일본의 사신이 코끼리를 바친 적이 있으며, 얼굴이 못생겼다고 비웃으며 침을 뱉던 선비를 밟아죽인 기록이 있을 정도니까. 워낙 먹이값이 많이 드는 탓에 한 곳에서 기르기에는 재정이 충당되지 않아서 하삼도(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에서 번갈아 맡아가며 길렀다고 하는데, 이를 보면 확실히 기르기 만만치 않은 동물임은 분명하다.

실제로도 인간이 기르는 코끼리는 '훈련된' 코끼리일 뿐 '가축화된' 코끼리는 아니라고 하니까.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인간이 기르면서 종을 개량하거나 인위적으로 교배시키면서 아예 유전적 형질이 사람이 키우기 쉽게, 혹은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도록 변형되는 것을 가축화라고 하는데, 코끼리는 이러한 변화가 없다는 말. 따라서 가축화된 돼지나 소는 야생에서 살아남기 힘들지만 코끼리는 오히려 훈련을 안 시키면 야생 코끼리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만만치 않은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거대한 몸집과 지상 최강의 동물이라는 타이틀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역시 사실이다. 코끼리가 서식하는 지역이라면 수많은 왕과 위인들이 코끼리에 매료되었고, 단순히 코끼리를 동물원에 가둬놓고 기르며 위엄과 부를 과시하거나 타고 다니는 수준을 넘어 본격적으로 전쟁이나 토건 등에 활용하기도 했으니까. 오죽하면 장기에도 코끼리병이 있을 정도이니.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서는 코끼리를 기름으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장애물이나 이득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럴듯하게 묘사했다. 작가가 코끼리를 사랑하는 역사 덕후인지, 역사를 사랑하는 코끼리 덕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흔히 볼 수 없는 퓨전 대체 역사소설이 탄생한 것. 지금까지 대체역사 소설에서 역사를 비틀기 위해 사용되던 소재라면 죄다 비누, 종두법, 화약 수준이었는데 코끼리라는 의외의 존재가 단순히 단발성 화제에서 벗어나 어떻게 조선 사회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꽤나 깊이있게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물론 본격적인 사학자나 동물학자가 본다면 뭔가 고증 오류에 대한 반박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반 독자가 보기에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문학적으로 봤을 때 뭐 엄청난 걸작이라고 하기엔 힘들지만, 결국 장르 소설을 보는 사람의 기대치라는 게 결국 남는 시간에 볼만한 재미있는 읽을 거리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선한 소재로 재미있게 글을 풀어낸다는 소설 본연의 목적은 달성한 듯 하다. 다만 수양대군이라는 캐릭터가 아직까지는 왕위 찬탈에 관심을 갖는 야심가로 묘사되지는 않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쯤에서 글의 결말이 나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 좀 불안 요소인 듯.

예를 들어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는 역사를 아무리 비틀어도 우리 나라가 승리하면 결말이 날 거라는 예측이 대충 되는데, 이 소설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으니 "수양대군이 역사대로 왕이 되면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역사를 바꿔 대군인 상태에서 코끼리를 이용해 북방 정벌이라도 할 것인가? 도대체 지금 여기가 기승전결 중에서 대충 어디쯤 온 건가?" 하며 갈팡질팡하게 된다는 것. 원래 끝이 막연하면 글이 질질 끌게 되어있고, 글을 질질 끌면 좋은 꼴 못 나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하지만 장르 소설 특성상 하루하루 한 회가 재미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지라 중~후반부(라고 여겨지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름 재미있게 보고 있는 소설.



출처: https://blackdiary.tistory.com/1247 [Black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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