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는 사실 시스템, 소설 빙의 계열을 싫어합니다.
이런 소설들은 많은 경우 내용이 비슷하게 흘러가는 구조가 있고, 문제를 풀기 위한 트릭 역시 시스템에 의존하며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이런 체계를 가진 글들은 필요한 순간에 이미 충분히 파워업을 한 상태에서 힘을 숨기고 있다던가, 필요한 순간 필요한 수치가 채워져 필요한 능력을 얻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던가, 해야 할 일을 미리 알고 있다던가, 애초에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클리셰에 따른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내용 전개가 지나치게 예측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잡한 개연성을 위한 도구를 마련할 필요 없이 꺼낼 수 있는 만능 도구상자가 있다보니 그걸 사용하지 않는 쪽이 이상해지고, 사용하면 반대로 뻔한 체계가 되어버립니다. 이 구조를 벗어나서 잘 쓴 내용들도 있다고 합니다만, 저는 그런 구조의 글로 재미를 느껴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있음에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이 물건입니다.
우선 제목이 거짓말이 아닙니다. (여기부터 전형적인 모습을 깨게 됩니다.)
인간으로 변하고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공룡 일직선입니다. 씐나게 '못된 인간놈들 죽어라!' 하면서 시종일관 내용이 공룡들의 입장에서 진행됩니다.
파워업의 경우도 주인공 몰빵식이 아니라 이번엔 뭐를 어떻게 할까? 하는 궁금함을 가지게 합니다. (완전히 같은 건 아니지만 이런 체계로 천조국 소환사쪽이 조금은 비슷하다고 보입니다. 적어도 파워업이 예상되는 스타일이라 '또야?' 하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라 뭐가 나올지에 대한 흥미는 남습니다. 공룡을 탄 공룡을 탄..... 이 나오는 글이 흔한게 아니죠! 공탄공을 어케 참나요.)
중간중간 소위 말하는 고구마 전개 밑밥이 깔리는 것이 있습니다만, 그건 또 조만간 바로 길게 사이다, 아니 소위 말하는 염산 전개로 잔뜩 해결해 나가며 필요한 순간 필요한 정도의 감동적인 연출도 주고 있습니다. 이건 사실 시스템 타입의 소설들이 가진 강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일 거라 보입니다만, 어쨌든 필요한 건 대부분 갖췄다는 이야기지요.
게다가 무료 연재인데 2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연재하고 계십니다. 요즘 30회에 연중하는 소설이 수두룩 한데 이정도면 혜자지요. 무려 196화입니다. 최근에 잠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하셨지만 연중 or 리메이크 같은 건 아니라고도 하셨고, 실제로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단..... 그럼에도 주의사항이 좀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은 공룡측이고,
내용의 대부분이 '햣하! 인간 죽어라!' 라는 점입니다. 주인공의 마인드부터가 인간보다는 공룡을 사랑하는 인간으로 설정되어 있으므로 이 점에 염두하고 보지 않으시면 '어? 너무 매운맛인데?' 하실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인간 놈들은 죽어야 된다는 마인드와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PS) 저도 퀘스트 창이 거슬리기는 합니다만, 다행히 거기까지 심각한 영향은 없더군요.
#문피아는_태그를_지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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