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에게 아들은 사후 자신의 뜻을 이어나갈 후계자인 동시에 살아있는 동안은 잠재적인 경쟁자라 하더군요.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동서고금 아버지와 불화를 맺은 왕위계승자는 많았고 그중엔 현대의 기준으론 터무니없고 안타깝기도 한 사례도 있습니다.
제목에서도 짐작하실 수 있듯 이 소설은 그중 잘 알려진 사도 세자와 프리드리히 2세가 어느날 몸이 바뀌었다면? 이라는 상상에서 시작한 대체 역사물입니다.
찾아보니 사도세자와 프리드리히 2세는 20년 정도 연배 차이로 모 애니메이션처럼 시공간이 뒤틀린 게 분명하지만, 둘이 연락하고 지내는 설정도 아니라서 스토리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정복해서 중간에서 만나지 않는다면야...?)
거두절미해서 제가 느끼는 이 소설의 장점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드물게 당시 시대인의 눈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대역에서 현대인이 과거로 돌아가서 미래 지식을 가감없이 발휘하는 전개는 독자도 익숙해졌지만, 무조건 미래를 알고 철저하게 준비해야하는 선택지가 국가 개발이라는 측면으로 제한되어 실제 역사보다 앞선 문물과 제도만 내세운 발전에 목매어 피로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반면 이 작품은 ‘역사’라는 외부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당시를 충실히 산다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져오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미래를 바꾸겠다는 사명은 커녕 닥친 위기부터 모면해야하는 긴급한 상황이 그러합니다.
한 쪽은 역사로 검증된, 다른 한 쪽은 아사로 검증되지 못한 예비군주가 작중에서 전혀 다른 문화권의 안목으로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게 되는 점도 묘미입니다.
둘째는 역사 인물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다는 점입니다.
대체 역사물에서 역사적 인물을 주인공을 삼는다고 할 때, 그대로 주인공으로 쓰는 경우는 잘 없고 필요에 따라서 변형시키는 경우가 잦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작품은 ‘아버지가 너무 싫다’는 억한심정으로 인해 ‘아버지도 나라도 바뀐다’는 설정으로 주어진 환경이나 설정은 오히려 실제 인물의 성격이나 기질은 비교적 동일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프로이센 쪽은 변한 아들 쪽과 케미가 잘 맞아서 쿵짝이 잘 맞는 한편, 영조는.... 쉽지 않더군요.
물론 프리드리히 2세는 개혁 군주로 유명하니 만큼 더없이 성리학에 허우적거리는 조선을 구원해줄 사명이 있고, 호전적인 프로이센 교육을 잘 받고 유럽을 호령할 사도세자의 미래도 기대됩니다.
마냥 진중하지만 않고 가볍게 보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군사적인 면에 대한 묘사가 꽤 등장해 앞으로 탄탄한 전개가 기대됩니다.
단지 초반인 지금의 전개는 못말리는 부왕 둘의 강력한 캐릭터 성을 통한 재미가 크다고 느끼는데 부왕의 사후엔 원맨쇼로 치우치지 않을까 염려되네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스피디한 전개도 작가님의 장점입니다. 두 배로 고뇌하며 쓰시느라 수고가 많으실텐데 읽는 입장에선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뒤바뀐 뒤주와 감자가 어엿한 왕 노릇을 하게 되면 그 땐 또 어떤 동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갈지, 여전히 유쾌한 템포이든, 조금 더 진중한 분위기가 되든 독자로서 응원하겠습니다.
마지막은 덧붙이는 말이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감자에게 작가님이 억한심정이라도 있는지, 일방적으로 세자가 된 감자에게 너무한 게 아닌가 하는데 예를 들면 눈떠보니 처자식이 훅 딸려있었다는 것부터.... 전부.
그래도 고생길이 창창한 만큼 감자가 덧글에서 많은 공감을 받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감자가 구중궁궐에서 실컷 고생하는 동안 홀라당 처자식은 대신 새로운 사랑을 찾은 뒤주의 사연까지!
궁금하시다면 다들 한 번씩 감자세자와 뒤주대왕을 읽어 주시길!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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