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추천
작품추천은 문피아의 작품만을 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슬슬 무료 투베에 올라오고 있을 때 처음 본 소설입니다. 이미 떡상하고 있었고 지금은 훌륭한 성적으로 유료화까지 성공한지라 뒷북치는 셈입니다만, 그리고 구매수가 작품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더 이상 작품에 대한 찬사는 사족에 불과할 것일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글을 쓰는 이유는 근래 봤던 소설 중에 제일 인상적인 소설이었기 때문입니다. 추천글이라는 말이 다소 민망해서 조심스럽게 감상글이라고 고쳐 말해봅니다. 약간의 코멘트를 달아두고 싶은 마음으로요.
한국 웹소설계의 자존심이자 대들보(^^) 문피아 생태계는 이미 안정화 되어서 대부분 하위 장르에 클리셰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저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글들을 본 분들 입장에서는 이게 이거고,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질릴 법 하죠. 으레 그렇듯 장르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고 독자들의 감수성에 받아들여지는 요소가 있습니다. 이것을 혼용했다간 좋은 꼴을 못 보게 됩니다.
아직 제가 독서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겠지만 [러스트]는 여기서 아주 약간은 벗어난 소설입니다. 젊은이들은 2000년 전이나 21세기나 여전히 버릇 없다는 말처럼 독자들은 항상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왜 투베?”냐는 반응은 모르긴 몰라도 문피아 초기에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문피아 뉴비라 그 시기는 까마득하지만 제가 처음 들어왔을 때도 봤던 댓글을 아직 보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문피아는 망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트렌드를 쫓는 글들과 돌연변이처럼 이색적인 맛을 내는 작품들이 어디선가 튀어나오니까요.
거두절미하고, [러스트]는 웹소설계의 불문율이라고 할 수 있는 ‘고구마 금지’를 아낌없이 퍼먹이며 시작합니다. 이것은 후에 주인공 ‘마루’가 가족들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개연성을 마련하고, 그의 각성의 계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저로선 사실 이 정도는 충분히 읽을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최근에 봤던 웹소설들을 기준으로 영점 조절이 되어 있던 터라 답답하긴 하더라구요.
그럼에도 [러스트]의 치명적인 매력은 1. 압도적인 스펙타클/액션 2. 필력 3. 개성 있는 캐릭터 입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3번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 소설을 끝까지 따라가는 분들 많이 계실 겁니다. 다만, 캐릭터의 매력도를 쌓는 일은 충분한 서사가 기본이기 때문에 주인공 중심의 웹소설 서사에서는 다소 힘겹고 지난한 일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 이 작품이며, 그 성과물이 ‘김양’입니다. 김양은 뛰어난 사격 실력을 가졌으면서 주인공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를 두려워하면서 차마 말하지 못하는 불만을 계속 되뇌이며, 아주 세속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주인공과 다니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목표에 방해 되지 않으면서 ‘순둥한’ 매력을 갖춘 먹보 캐릭터를 누가 싫어할까요. 심지어 주인공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 화가 있을 만큼 김양의 비중은 높아집니다. 작가의 솜씨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양의 행보가 주인공의 목표(런RUN)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작가의 필력은 뛰어난 액션과 스펙타클(지진이 나고 공항을 폭파시키고 사람 수 십 명이 썰려 나가는) 만큼이나 인물들의 내면 묘사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묘사는 일종의 양날의 검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대다수 독자들은 묘사를 견디지 못하니, 칼자루를 쥔 쪽으로 향한 칼날에 가깝죠. 다만 작가는 이것을 직접 말하기의 방식으로 사용하되, 유머러스한 톤을 구사함으로써 지루함을 덜어줍니다. 김양의 방식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마루의 내면이 김양과 유사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아쉽긴 합니다만, 재밌으면 장땡이니까요.
웹소설이 대리만족의 콘텐츠라고 한다면 방식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이른바 속시원한 전개로 점철된 사이다형 소설을 보여주는 것과 완전히 이색적이고 낯선 세계를 보여주는 방식이죠. 전자는 현 남성향 웹소설 트렌드를 구축하고 있는 대부분의 소설들입니다. 후자는 종종 튀어나오는 돌연변이 소설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점점 의미 있는 성적으로 유료화에 성공하는 소설들은 후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소설들이 모두 저렇게 양분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전자의 요소가 후자에게 흡수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죠. [러스트]만 해도 사이다가 완전히 없는 게 아닙니다. 초반부 빌드업이 길기는 해도 주인공의 능력은 누구보다 압도적이기 때문에 큰 위기가 올 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의 파트너 김양 역시 세계관에서 알아주는 총잡이죠.
또 주목해볼만한 것은 인물들의 높은 텐션입니다. 내면 묘사가 지루해지는 까닭 중에 하나는 청자가 없는 상황에서 대화가 으레 그렇듯 공허하기 쉽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러스트]는 내면 묘사의 직접 발화 방식이 이미 높은 텐션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김양이나 마루 뿐만 아니라 월드 그룹의 빌런들의 내면 역시 빠르고 위기감 있게 읽힙니다. 점점 목을 죄여오는 위협을 향해 즉흥적으로 도망치는 마루와 총성과 폭발이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지는 모습이 외부의 갈등을 보여준다면,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의 텐션 높은 내면묘사가 발등을 잡지 않도록 뛰어난 필력이 보조하고 있는 셈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전투씬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중간중간 지루해지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적절하게 분량을 배치하고 있습니다.(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조연들의 비중이 높은 소설이라지만 그걸 감안해도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고요. 조금 다른 결의 웹소설이라고 했지만, 이런 서사를 웹소설의 규칙에 맞춰서 썼다면 더 인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제가 창작의 고통을 모르는 독자이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있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작품은 어느 정도 고구마를 감수한다는 가정하에서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부분까지 다다르면 놓기 힘든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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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83 혈기린본편
- 21.10.03 20:49
- No.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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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Lv.64 아망했다
- 21.10.04 01:10
-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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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Lv.18 물침대
- 21.10.04 05:34
-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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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99 헐리우드리
- 21.10.03 22:13
- No.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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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30 re*****
- 21.10.04 13:13
-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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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37 n5******..
- 21.10.05 00:08
- No.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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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Lv.18 물침대
- 21.10.05 14:54
- No.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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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40 똘이똘이
- 21.10.05 08:08
- No.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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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44 머큐리2
- 21.10.06 00:00
- No.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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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Lv.18 물침대
- 21.10.06 14:14
- No.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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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66 물찬무릎
- 21.10.07 15:24
- No.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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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Lv.18 물침대
- 21.10.08 11:14
- No.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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