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여운이 첩의 자식이라 무시당하고, 자객에게 습격당하는 장면은 재미있지 않습니다. 회귀하고도 혈교에 납치되어 무진장 구르는 소운휘의 모습도 딱히 재미를 느끼긴 힘듭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 소설을 넘깁니다. 우리는 왜 고구마를 견디는 걸까요? 그건 그 뒤의 사이다를 기대하고 있어서 일 겁니다.
천여운은 나노머신으로 음공을 견디고, 무공서를 한 번에 익히는 모습 등으로 우리에게 사이다를 예고했습니다. 소운휘는 검의 소리를 듣는 능력과 회귀 전 간자 활동을 하며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는 모습으로 다음 전개를 기대하게 합니다. 특히 소단검이 남천철검을 발견하고 운휘야...저 검 강하다...하는 장면은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름 돋는 쾌감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목경운은 천여운이나 소운휘 같이 특이한 기연은 없습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기대 요소는 ‘재능’과 ‘약초 지식에 능함’ 입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기대 요소이죠. 바로 ‘냉철함’입니다.
목경운은 언제나 냉철합니다. 항상 여유를 잃지 않습니다. 잘생긴 얼굴은 항상 온화한 웃음을 짓습니다. 구타를 당하든, 피의 바다에 빠져 익사하기 직전이든, 목경운은 절대로 신음을 흘리지 않습니다. 적들이 그의 비정상적인 여유로움에 공포를 느낀다는 묘사가 따라붙습니다.
그러한 묘사가 독자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독자들은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목경운이 두들겨 맞을지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청량한 사이다로 보답하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또한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살인멸구하거나 자해조차도 서슴지 않는 모습에서 더 이상의 고구마는 없다고 알려줍니다. 절대검감에서는 15화간 빌드업을 해야 줄 수 있었던 쾌감을, 괴력난신은 겨우 2화에서 줍니다.
또 목경운의 재능도 괴력난신에 기대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목경운이 처음으로 개화한 재능은 괴이를 부리는 재능입니다. 첫번째 만난 귀신을 해결하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목경운이 귀신을 수집해가며 점점 강해지리라는 걸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목경운이 가진 무공의 재능도 초반부터 편린을 보입니다. 작가의 전작에서는 무공 이외에는 기대 요소가 옅었는데, 이번 작에는 괴이와 무공 둘 다 단련하니. 훨씬 기대 요소가 다양해지고, 강해집니다.
고구마는 짧고, 사이다는 강렬했습니다. 만약 독자분께서 이 소설을 2화만 읽으신다면 어느새 새로운 화가 올라오길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리라고 자신합니다.
한중월야 작가님의 괴력난신,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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