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은 이제 구시대의 영상매체에서나 보이는 낡아빠진 감성이 되었고 현대는 세련됨과 모던함이 그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하지만 낭만이 머물던 가슴은 비었군요.
이 소설에서 저는 서부극의 낭만을 피상적이게나마 다시 맛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진한 먼지냄새와 달콤한 술내음이 뒤섞인 그때 그 로망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이유인즉슨, 낭만마저 상품이 되어 매대에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에 낭만이라는 포장지를 씌워 판매하고 있습니다. 겉표지는 낭만이지만 그 속은 철두철미한 배금주의와 이성주의, 엘리트주의, 자유혁명사상이 가득합니다. 또한 한국식 환상소설의 회빙환과 라노벨식 히로인 조형들도 있습니다.
상품으로써 말한다면 그 가치는 아주 유니크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 소설을 읽으며 꽤 볼 만하다. 한 편에 100원 정도는 아깝지 않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품이 내거는 표어처럼 낭만적이냐고 물으신다면 그렇지 않다고 확언드릴 수 있습니다.
네, 이 소설은 철저하게 세태와 야합한 소설입니다. 낭만은 상품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포장지에 불과하고 그 어디에도 낭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소설이 현대에 남은 마지막 낭만 총잡이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왜냐면 낭만이 천박한 농담이 되어버린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포장지나마 낭만을 표어로 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낭만시대의 향수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으신 분, 세태와 야합한 낭만이 얼마나 가벼운지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이 소설을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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