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역물이라면 이것저것 읽지만, 그 중에는 더 이상 읽지 않게 된 부류의 작품들도 몇 개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2차 세계 대전 배경 독일로 환생하는 부류의 소설입니다.
2차 세계 대전의 독일이란 워낙 언더독이었고, 드라마틱한 승리를 많이 한 데다가, 아쉬운 IF들도 많았기에 이런 설정들은 재밌고 몰입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읽지 않게 된 이유는, 이런 식의 소설들이 약간 좀 뭉개고 넘어가는 부분들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한창 전쟁 터진 상황의 히틀러로 환생했을 경우 주인공은 보통 히틀러가 한 악행들을 완전히 취소하지 못하고 좀 적당히 덮고 갑니다. 실질적으로 전쟁 터진 상황에서 다 엎을 수는 없으니까요. 강한 탄압정책은 적당한 탄압정책으로 바꾸고 유대인 몰살은 적당히 유대인들을 노동시키는 것으로 바꾸고...
이런 식으로 해서 주인공은 승승장구한다지만 저 사람들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더라구요. 게다가 2차 세계 대전은 100년도 안 지난 일이라서 더더욱 그랬고요.
그렇지만 내 독일에 나치는 필요없다는 그런 걱정과는 궤가 달랐고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신기했습니다. 이런 작품을 갑자기 만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내용으로 들어가면, 주인공은 독일군 장교로 환생합니다. 그리고 전장에서 구르면서 히틀러와 히틀러가 저지를 악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걸 막기 위해 노력합니다.
히틀러로 환생해서, 조치들을 줄여나가면서 좋은 독재자로서 군림했다면 작품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훨씬 쉬웠을 테지만 작가는 그러지 않고 일개 개인으로서 주인공이 어떻게 인기 많은 독재자인 히틀러를 거꾸러뜨리는지를 그려나갑니다.
그 과정은 인내와 연합으로 구성되는 여러모로 불편하고 어렵지만 가치가 있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들을 독자로서 따라가면서 저는 한동안 느끼지 못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저는 결과를 좋아하고, 결과로 보여주는 소설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이지만, 이 소설은 그런 흐름에 글 전체로 호소하는 것 같습니다.
결과가 중요하다지만 가끔은 그 결과와 상관 없이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 좋은 소설이 부디 잘 끝맺음되었으면 합니다.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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