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판타지 소설을 읽다보면 결말부에 이르러 주인공들은 한 가지 결정을 내리곤 합니다.
“변해버린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릴 것인가. 아니면, 변해버린 세상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모든 소설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가 여태껏 읽어온 대부분의 현대 판타지 소설들은 결말부에 이르러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저 질문에 답을 내어놓습니다. 다만, 이것은 소설 결말부에 이르러 도달하는 부수적인 선택일 뿐, 이 질문 자체를 중심주제로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소설은 많지 않습니다.
‘망겜의 성기사’는 바로 그 드문 소설 중에 하나입니다.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주인공은 변해버린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리길 원하는 성기사고, 그것을 이루려 지하 666층에 도달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소원권을 얻기 위한 여정을 합니다.
주인공의 소원도 간단합니다.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몇 가지 질문을 받게 됩니다.
그 중 첫 번째는 이것입니다.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정말 좋은 일인가?”
처음에는 그저 지나가는 질문이지만, 이 물음은 점점 주인공을 고뇌에 빠뜨립니다.
세상은 이미 변했고, 주인공 주변 등장인물들 대부분은 이미 그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했습니다. 특히나 비중이 높고,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인물들은 전부 변해버린 세상에서 나름대로의 노력을 통해 힘과 권력, 부와 명예를 얻었습니다.
여기서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리면 그 사람들이 여태껏 쌓아온 모든 것을 빼앗는 결과가 되어 버립니다. 그것도 친구들의 것을 말입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두 번째 질문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어떤 소원을 빌어야 모두가 혹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가?”
‘망겜의 성기사’는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주인공이 이 질문에 답을 구하는 소설이고, 결말부에 이르러 나름대로의 답을 내놓습니다.
평소 현대판타지를 읽으시면서 저와 같은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으셨다면 한 번 보암직한 소설이라고 감히 추천 드립니다.
다만, 주의하셔야 할 점은 이 소설은 매우 답답합니다.
이야기 전개가 느리다는 뜻이 아니라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답답하다는 뜻입니다. 몇 명은 때려죽이고 싶고, 경우에 따라서는 주인공조차도 답답합니다. 근래 소설들에서 자주 찾을 수 있는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전개를 찾으시면 안 됩니다.
이 점을 유의하면서 결말까지 읽으신다면, 재미있는 소설 목록에 추가할 이름 하나 얻으실 수 있으리라고 감히 예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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