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는 조선 명왕과 제국을 향해 쏴라를 추천했습니다.
조선 명왕은 꽤 추천하기 편한 소설이었습니다. 대체로 좋아해주실 것 같은, 읽기 쉽고 즐거운 소설이었으니까요.
제국을 향해 쏴라는 약간 마이너하긴 해도 일단 몇 화를 읽으신 독자분들이라면 대부분 좋아하실 만한 소설이었습니다. 불친절한 배경이지만 일단 그걸 넘기면 스토리는 흡입력 있는 왕도적인 성장물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철과 화염의 시대는 추천하려고 글을 켰지만 정말 뭐라고 써야 할지 조심스러운 소설입니다. 이건 정말... 취향을 정말 많이 탈 것 같은 소설이거든요.
보통 요즘 대체역사소설은 25화 안에 무언가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리한 포지션의 주인공일 경우 정쟁에 성공하고 권력을 일시적으로 되찾는다던가, 숙청을 해서 권력을 강화한다던가, 그도 아니면 국지적인 싸움에서 승리해서 전과를 거둔다던가...
그런데 이 소설은 50화가 넘었는데도 정복을 하지 않습니다. 정쟁도 하지 않습니다. 권력도 못 얻습니다. 주인공 나이가... 지금 몇 살인지도 잘 기억이 안 나는군요. 아직 어립니다.
그렇다면 뭘 하는가?
주인공은 개발을 합니다. 진짜 개발만 합니다. 주인공은 광해군의 포지션으로 환생했고 어린 나이부터 계속해서 개발, 개발, 개발을 합니다. 비누 만들고 운하 뚫고 화약으로 폭파 공사하고 염전 개발하고 조보, 단두대... <현대인으로 조선에 환생하면 꼭 해봐야 하는 것 1001> 수준입니다.
전 이런 거 좋아합니다. 정쟁도 좋고 전쟁도 좋지만 가끔은 정말 소소하게 이런 것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 그렇지만... 이게 대중적으로 다들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추천하긴 하지만, 읽으실 분들은 이게 엄청나게 느리고 잔잔한 소설이라는 걸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보통 50화쯤 됐으면 이 소설이 어떻게 진행됐고 어떤 소설인지 감이 잡힐 텐데, 사실 저도 이 소설이 어떻게 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이 광해군이긴 한데, 일단 선조와 어떻게 될지도 감이 안 와요.
개인적으로는 인간인 이상 선조가 좀 광해군을 예뻐하고 그놈의 의심병을 고쳤으면 하지만(대역물에서 선조가 매번 주인공들을 불합리아게 괴롭히는 것에 질리기도 했고요), 확신은 안 섭니다. 선조는 정말... 저렇게 주인공이 온갖 걸 개발해서 바쳐도 의심할 수 있는 사람 같아서...
사실 쓰면서 닥터 조선가다가 떠올랐어요. 닥터 조선가다도 재밌게 봤었죠. 생각해보니 이 소설과도 약간 공통점이 있네요. 임왜를 앞둔 배경에, 주인공이 정쟁이나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전문 분야(의학/개발)에 몰두하는 것으로 에피소드를 채우고, 선조가... 음. 선조 이야기는 그만하죠. 이야기하니까 화나네요.
어쨌든 저는 닥터 조선가다에서 주인공이 다양한 방식으로 조선에서 겪을 수 있는 질병들을 치료하는 게 참 재밌었습니다. 철과 화염의 시대에서 개발하는 것만 봐도 재밌듯이, 닥터 조선가다도 비슷했습니다. 그냥 그것만 봐도 재밌었어요. 이야기 진행을 안 해도. 오히려 전 이야기가 진행될 때가 별로였습니다. 결말부의 임진왜란 파트는 보다가 하차할 정도였고요.
이야기가 조금 옆으로 샜네요. 뒷내용이 어떻게 될 지 몰라서 불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추천을 안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제 곧 유료화에 들어갈 텐데, 지금 소설의 컨셉만 유지된다면 저는 꾸준히 응원하며 따라갈 생각입니다. 응원합니다.
현대인 무한개발이 취향에 맞으시는 분, 잔잔하고 내용 전개가 느려도 괜찮으신 분, 그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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