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니던 90년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는 그 자체로 가능성을 의미했습니다. 그 가능성은 꿈, 희망 등의 긍정적인 단어와 연관 지어졌지요. 그래서 호호 아줌마는 매일 몸이 작아지면 온 곳을 쏘댕겼고, 폴은 딱부리 하나 들고 주저없이 이상한 나라로 뛰어들고, 스카이는 나사 빠진 타임머신인 돈데크만을 따라 시간여행을 했습니다.
원더키디의 아이캔이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아 나서기 2년전인 2018년, 우리는 알 수 없는 미래에 기대를 품기보다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걱정을 합니다. 어쩌면 현실의 암울함에서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장르소설의 트렌드는 ‘미래를 알고 있는 주인공’입니다. 장르소설은 사람들의 심리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미래를 알고 있는 주인공’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겠지요. 회귀를 하기도하고 자기가 읽던 책으로 들어가기도 하는 장르소설속 주인공들에게 다가올 미래는 엔딩을 알고 있는 롤플레잉 게임과도 같습니다. 앞으로 뭐가 나올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두 알고 한 발 빨리 대처 합니다.
‘형이 말이야···’로 이어지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던 소설을 기억하십니까? 장인이 돈이 많다고 대놓고 자랑질 하던 소설 말입니다. 소설의 재미도 재미지만 뜬금없는 연참으로 독자를 즐겁게 하고, ‘수영 다녀와서 한 편 더 올릴 게요.’라는 말로 문피아를 수시로 드나들게 만들다 ‘형! 아직 수영 안 끝났어?’라는 댓글이 이어지게 만들었던 「장인이 돈이 많아요」의 작가님이 돌아왔습니다. 굳이 회귀를 하지 않아도 잘했겠지만, 회귀를 해서 더 잘하는 주인공을 앞세워서 말이지요.
「지금 출세하러 갑니다」 역시 요즘 유행하는 ‘미래를 알고 있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데 그걸 못하면 병신이지’ 라고 대놓고 말을 할 정도지요. 하지만 주인공 경태는 재벌 집 아들도 아니고, 권력집단과도 거리가 멀고, 주식투자를 하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호텔 한 우물만 파느라 그런데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대요. 그리고 회귀를 2020년대에서 2018년으로 합니다. 우리도 모르는 미래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로 온 거지요.
그런데 이 친구 물건입니다. 회귀 전에도 자신의 일과 관련해서는 열심히 노력을 했었고, 회귀 후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었는데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알 수 없는 미래가 가슴을 두근대게 하나 봅니다. 90년대에서 온 사나이 같습니다. 저는 이 사람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졌습니다.
언제 더웠나 싶게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합니다. 한낮의 태양은 뜨겁지만 그늘까지 그 힘이 닿지는 못합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합니다. 글 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얽히고 설킨 사람들, 관계와 관계, 알고 있었지만 자신으로 인해 많은 것이 비틀린 미래··· 그것을 광구하지 않고 거침없이 나가는 주인공 경태의 행보를 함께 하기에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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