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채승우는 고교 3년 동안 후보입니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있긴 해도, 가장 실력이 왕성하게 향상될 3년을 후보로 벤치에 앉았다면 축구선수로서의 미래는 절망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물론 축구가 아닌 야구에서는 고등학교 때는 2인자나 3인자였지만 프로에 들어가 전세를 역전시키는 선수들이 적지 않긴 해도, 어쨌든 드문 경우입니다.
그는 대학과 프로에서도 관심을 받지 못하여 3부 N리그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나 연이어 떨어지고 마지막으로 한 곳을 찾아 떠나죠.
흥미로 보일 수도 있고 억지로 여길 수도 있지만 사건의 열쇠는 목포행 고속버스에서 만난 박소봉이라는 노인입니다.
7번 좌석의 노인.
7번 방의 선물(?).
자칭 전직 축구선수였다는 그에게서 삶지 않은 번데기를 받아 반강제적으로 먹게 되고 졸지에 축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강력한 킥’의 소유자로 돌변합니다.
여기에서 취향에 따라 걸린다고 여길 분도 계실 수 있는데, 전 쌈빡하여(?) 절대 시비 걸 의향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박소봉 노인의 정체죠.
7번 좌석은 사실 팔리지 않았었다는 고속버스 측의 얘기는 약간의 반전입니다.
과연 그는 누구일까요?
박소봉에 의해 얻은 강력한 킥은 목포시청 감독의 혼을 빼앗고, 채승우는 결국 입단합니다.
또, 공사판을 전전하는 아버지도 있죠.
자식의 미래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내색 않고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격려하는 모습이 조금은 처연해지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이 글은 여타 축구물과 다르게 출발합니다.
십자인대가 나갔다던가, 무슨 사고로 선수 생활을 접었는데 회귀나 환생의 인연으로 이어가는 게 아닙니다.
삼류가 노력하여 일류가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약자가 성장한다는 것, 비주류가 주류로 들어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한국 축구계는 복마전입니다.
올 여름 저는 채승우가 어떻게 주류에 들어서는지 볼 생각입니다.
축구를 좋아하시는 다른 독자님들께도 한 번 권해 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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