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기계님의 이계의 후예.
개인적으로 전작에서 실망이 컸던지라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요.
작가의 재능이 물올라 만개했다는 느낌을 줄 만큼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1. 색다른 배경
요새 많은 현대물들이 현대 지구 내지 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고
거기서 주인공의 성공과 역경을 다루다보니
소재가 너무 소진되고 무슨 스토리를 짜내도 식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계의 후예의 경우에는 외계행성을 인류가 개척한지 한 세대 이상이 흘렀다는 설정을 배경으로 하는데요.
언젠가부터 장르소설계에서 이물질처럼 거슬리는 능력치 스탯창 따위는 없습니다.
주인공의 판단력이 워낙 독보적이라 시스템의 도움이 필요 없습니다.
스킬창은 이용하는 거 같더군요.
2. 신선한 능력
일단 주인공은 염동력이란 초능력을 베이스로 합니다.
그리고 회귀했더니 초능력이 진화했다는 데서 능력치의 기본은 체워주고
여기서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능력치를 쌓아나가는데 이부분이 흥미롭습니다.
소설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이 아닐까 하네요.
아카식 레코드를 통채로 집어삼킨 것과 같아서 아직도 성장할 구석이 무궁무진합니다ㅋㅋ
주인공은 자신만만하고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치밀한 해답을 가지고 행동합니다.
능력치 조합이 조금만 색달라도 그것을 쓰는 주인공의 판단력까지 덧붙이니 전투신이 흥미진진합니다.
이 작가가 이렇게 진행이 호쾌했나? 싶을 정도로 나무랄 데 없던데요.
3. 기대감을 주는 전개
많은 회귀물이 정답을 정해놓고 시작합니다.
마왕과 싸워서 이긴다! 지구종말을 막는다! 크오오오! 졸라 짱쎈 투명드래곤이 되겠다!
결국 이런 단선적인 주인공들의 행보는 미래를 알고 치트키를 쓰는 것만 반복하는 식상한 전개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계의 후예의 주인공은 세계종말과 함께 회귀 하지 않았습니다.
회귀 자체에 오글거리는 감정 표현도 없이 군인답게 대처합니다.
그 대처방식이 세련됐다고 느껴지더군요.
이 소설의 전개는 **라는 치트키를 안다->**라는 치트키를 선점한다_>대박!
의 단순한 구도와 전혀 다릅니다.
미래의 지식이 있되 회귀는 원숙한 전투요원으로서의 능력과 기민한 판단력, 상황파악과 정세를 읽는 눈 등 능력치를 맞춰주는 부가적인 설정에 불과합니다.
회귀 자체가 사람 지치게 하는 중심축으로 작동하지 않으니 독자로서 날아갈 듯 가뿐하게 읽히더군요.
4. 인물군상의 행동패턴이 리얼하다.
어떤 장르소설은 주인공 외 인물은 죄다 npc로 보이게 하는 마법을 부립니다.
저는 조연이라도 종이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굉장히 신랄한 눈으로 작품을 보게 됩니다.
근데 이 작품은 적잖게 등장하는 인물이 다 그럴싸합디다?
악인은 악인대로, 사장은 사장대로, 동료는 동료대로, 부하는 부하대로 주인공 몰빵에 대한 개연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진짜 사람처럼 행동하고 주인공에게 반응합니다.
외계행성의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묘사와 어우러져 글의 퀄리티를 확 높여주는 대목입니다.
5. 치밀한듯 가볍다.
장르소설이 너무 무거우면 읽기가 꺼려집니다. 적당히 인스턴트다운 날림성도 있어야 미덕입니다. 그렇지만 너무 휙휙 쓰는 느낌이면 읽을 가치가 없다고 느끼죠.
이 소설은 그 미묘한 균형을 잘 잡고 있습니다.
개그씬이 딱히 웃겨서가 아니라, 굉장히 대중적인 재미를 갖추었으면서 별로 발로 쓴 듯한 느낌을 안 줍니다.
이게 의외로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못하면 지나치게 허접해보이거나 혹은 지나치게 힘을 준 것같이 느껴지더군요.
주인공은 이기적이고 강해지고 싶어하고 인생관이 복잡하기 않고 단순합니다.
얄밉하기까지 한 이기심이 요즘 사이다패스적인 주인공 대세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유치하다는 느낌도 없습니다.
이정도 적당한 무게감이 작품의 디테일, 그리고 호흡과 찰떡궁합이더군요
6. 재밌다.
다 필요없고 읽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입됩니다.
중간에 기연을 만났을 때 잠깐 현실로 돌아오긴 했습니다.
아 이것도 소설이구나. 그전까지는 숨막히게 읽었다는 소립니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기니 다시 리얼리티가 충만해집니다.
결국 결론은 재밌다 입니다. 너무 재밌어서 발가락이 간지럽습니닼ㅋㅋ
최근 몇달간 20편 가량의 인기작을 다 섭렵했는데 오랜만에 유료 연재 따라가는 유일한 작품이 이겁니다.
잘 써진 회귀물, 정도에 따르는 듯 따르지 않는 회귀물, 회귀물의 탈을 쓴 이계활극을 보시고 싶은 분께 이계의 후예를 추천합니다.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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