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글을 쓰게 하는 요건을 굳이 몇 가지 꼽아보자면, 낮은 인지도와 그와 반대되는 재미일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 모두 재밌게 읽고 있는 작품은 굳이 내가 추천할 필요가 없고, 잘 모르는 작품이더라도 질이 뛰어나지 않다면 추천의 의미가 퇴색하니까요.
moon master는 그런 의미에서 추천 글의 요건에 부합하는 글입니다. 완결된 지 십여 년이 지났고, 몇 번씩 읽어도 새롭게 와닿는 글이며, 따라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낮은 인지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래되기도 했거니와 이 글은 문피아에서 드문 SF 작품입니다. 사실 모두가 양질의 작품을 바라지만 동시에 그렇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정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정독할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언제나 베스트에는 익숙하기에 이입하기 쉽고 커다란 아웃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보증된 재미’만 올라오게 되죠.
moon master는 주인공이 무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적대 세력이나 때려잡아야 할 괴수가 등장하지도 않고, 게임 시스템 같은 것도 없습니다. 대신 그만큼 매혹적인 세상으로 저희를 끌어들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거짓이었다면? 여기까지는 많은 장르에서 던져온 물음입니다. 그럼 그 이후에는? 깨어난 다음의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 moon master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죽습니다. 그리고 그를 반기는 인사, “좋은 게임 되셨습니까.” 깨어난 그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달의 주인이라고 그를 지칭하는 이들과, 알 수 없는 오류로 돌아오지 않은 진실된 기억. 그와 별개로 달의 주인으로서 그가 해야 할 일은 정해 있고 어찌저찌 좌충우돌하며 그는 멀쩡한 양 낯선 미래 세계에서의 삶을 헤쳐나가는데...
덧붙일 추천사가 있다면 작가에 대한 설명이 되겠습니다. 조아라에서는 ‘여왕’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고 패스파인더를 집필한 것으로 잘 알려진 작가 분입니다. 전부터 느낀 건데 장르 소설의 몇몇 여류 작가들은 어떤 면에서 주인공과 그가 떨어진 세상을 매혹적으로 묘사하는 데 특출난 것 같아요. 제가 기억하는 다른 작가 분도 그렇고 이 작가 분도 그렇고, 패스파인더도 그런 점에 뛰어난 소설이죠. moon master도 그렇구요.
사실 이 작품은 조아라에서는 습작되어 있고 문피아에서만 공개되어 있어 추천에 망설임이 많은 글입니다. 아마 텍본을 긁는 게 걱정되어 습작하신 것 같은데 이 글을 추천하는 게 그 의사에 반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좋은 글은 나눠야 한다는 독자 특유의 의무감(?) 반, 작가 분이 싫어할지라도 어쨌든 문피아의 비습작 여부를 작가 분께 알릴 수 있으므로 큰 무례는 안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 반에 추천 글 올려봅니다.
이런 숨은 진주가 서재에 제법 많네요.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다른 글도 추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완결난 소설 중에 재밌는 글이 많은데, 문피아 운영진 앱에 완결란 언제 추가하냐 아 글 오래 쓰려니 귀찮다
좋은 일독 되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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