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격투기에 관심이 많아서 ufc, rode fc도 챙겨보고 선수들 유튜브, 격투기 채널도 거의 빠짐없이 봅니다. 그래서 소개글에 백승민 선수의 이름을 보고 흥미가 생겨 소설을 보게 되었습니다.
최신글까지 보고 느낀 점은 아직 진도가 많이 나가지도 않았는데도 이 작품이 격투기 소설 중에 최고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격투기 소설을 찾아보고 인기가 있는 건 대부분 읽어봤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양산형에다 작품이라고 보기도 힘든 수준이었죠. 푸른 하늘이 이름인 주인공이 있는 소설도 있었는데, 괜찮았지만 최신 작품이 아니라 약간 옛날 감성이 있어서 저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왕따였던 주인공이 빙의를 당하고 격투기를 하는 소설도 있었는데, 격투 묘사는 나름 잘했지만 유치하고 스토리가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주인공이 슈퍼미들급인가..? 아무튼 월장해서 챔피언 먹는 소설도 있었는데 잘 만든 방치형 게임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못 본것도 있겠지만 수준 미달의 글이 허다했습니다.
격투기 소설 대부분이 먼치킨 주인공이 커리어 쌓는 걸 보여주기 급급합니다. 주인공이 전적을 쌓고 인기가 올라가는 것에 이야기 초점이 다 잡혀있어요. 주변인물들은 들러리 신세고, 주인공 연애는 하게 해야 하는데 주인공은 얼른얼른 전적 쌓느라 바빠서 히로인을 넣고 어거지로 주인공에게 호감을 가지게 만듭니다. 주인공의 개성, 서사는 당연히 있을리가 없죠. 있어도 이게 뭔가 싶어 하차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다릅니다. 주인공은 빙의 전 참전군인이었고 너무나도 달라진 주변 환경에 혼란을 느낍니다. 사실 현판에는 흔한 장르지만 격투 소설에는 무엇을 가져오든 신박한 법이죠. 어쨌든 단순히 이런 설정만 있으면 흔한 양판소랑 똑같겠지만 주인공은 빙의 전을 잊지 못합니다. 경기 중일 때, 집에서 멍하니 있을 때, 잠을 잘 때 등 생활의 전반에 걸쳐 과거의 기억은 그를 괴롭히고 힘들게 합니다. 작가님 필력이 좋아서 ptsd 부분을 읽을 때면 몰입이 되고 주인공에게 이입하게 됩니다. 제가 격투 소설을 보면서 이런 경험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직 진도는 많이 나가지 않았지만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ptsd를 어떻게 이겨내고 그 과정은 어떠할지 기대가 됩니다. 물론 이겨내지 않고 이야기가 흐를 수도 있죠. 근데 그러면 조금 피폐해질 거 같습니다 ㅋㅋ 그리고 격투 묘사가 다른 소설과 차원이 달라요. 확실히 현역 선수의 자문이 작가님의 필력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거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격투 묘사가 훌륭하며 드물게도 주인공 개인이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억지 악역을 통한 사이다가 아직 없습니다. 마른 하늘에 단 비 같은 작품입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나, 격투 소설에 관심이 많다면 대부분 좋아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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