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물은 이미 현판의 한 장르이고, 그중에서는 영화감독이나 배우, 혹은 영화 작가가 회귀하여 성공하는 스토리도 많습니다.
이 작품도 시작은 비슷해 보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결국 폐업해 버린 영화제작사가 있고, 그 사장인 주인공이 젊은 시절로 회귀하는 걸로 시작하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이 작품은 과감하게, ‘미래의 정보를 통해 영화계에서 성공한다’는 길을 포기합니다. 그 대신 이런 고민을 하죠.
“왜 사람들은 영화관을 떠났을가? 한때 잘나가던 한국 영화는 왜 극장으로 다시 사람들을 끌어오지 못하는 걸까?”
주인공은 망한 영화 감독 출신이고 영화 제작사도 망했습니다.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번 생은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평론가’의 길을 가려 하지요. 한국 영화계가 좀 더 성숙하게 발전할 수 있게끔 말입니다.
97년~98년. IMF 사태로 경제가 얼어붙고 있던 그때, ‘타이타닉’을 필두로 한 헐리우드 명작들이 극장가를 휩쓸고 스크린쿼터의 존폐 유무를 두고 날선 토론이 오가고,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영향을 걱정하던 바로 그 시기에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분명 주인공도 회귀 지식을 기반으로 성공가도를 걷기는 합니다. 다만 그 방법이 다소 독특합니다. 미래에 이미 수많은 각도에서 파헤쳐진 명작들을 ‘보는 방법’은, 이 시대에는 아직 연구되지 않은 것들이니까요. 그렇기에 주인공은 갓 개봉한 명작들을, ‘단순한 상업영화’로 폄하되는 영화들을 ‘제대로 보는 방법’을 여러 사람들에게 설파합니다.
소설이, 정말로 그 시대에서 막 개봉한 그 영화를 보았던 사람들의 관점, 그리고 미래에서 역사에 남은 영화를 대하는 방식이 교차하는 지점이 무척 재밌습니다. 그와 함께 그때 그 시절의 캠퍼스 라이프를 묘사하는 것도 충분히 재밌죠.
단순히 주인공의 성공가도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영화에 대한 주인공과 작가님의 애정과 관심이 느껴지고, 그런 사람이 푸는 ‘영화’ 자체에 대한 ‘썰’을 함께 읽는 독특한 소설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특히 그 시절의 고전 명작들에 대한 향수나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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