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필력 어디 안 간다 싶으면서도 초반 흡입력은 전작에 비해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글의 재미에 비해 홍보가 너무 안 되어있는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추천합니다.
줄거리
여기 한 배우가 있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우월한 마스크와 기럭지를 가졌지만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그것.
연기력이 없습니다. 진짜 아예 없어요.
대사를 읊으면 자동으로 '괜찮아요? 많이 놀랬죠?' 로봇톤이 나오고, 애절한 제스처를 취하면 난데없이 팝핀을 추며, 사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려 해도 총 맞은 것 같은 얼굴이 튀어나오는... 그런 안타까운 재능을 지닌 주인공.
회사대표 빽으로 로코 서브남주 역할을 따냈음에도, 결국 욕을 푸짐하게 처먹고 주연들의 애정전선을 강화하는 제물로 쓰이며 중도하차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하차하고 끝이라면 소설도 끝이겠죠?
뺑소니로 미국을 가는 마지막 씬을 찍기 전, 주인공은 현판의 꽃이자 모두의 애증의 대상인 그 이름하야 상! 태! 창! 을 각성합니다.
역시나 개폐급 배우 아니랄까봐, 상태창에는 F급이라는 처참한 능력치가 뜹니다. 하지만 어차피 죽는 연기만 하면 땡인 것.
인생의 운을 이 순간에 몰빵하기라도 한 듯 '시선' 능력치에 보정이 들어가고, 주인공은 완벽하게 아련한 서브남주의 눈빛으로 사망씬을 마무리합니다.
시청률 말아먹는 발연기 배우에서 씬스틸러가 된 주인공. 그런 그에게 무수한 악수의 요청이... 쏟아지진 않습니다. 그래도 소소하게 화제가 되며, 주인공이 마지막 씬에서 보여준 계산된 시선처리와 잠재력을 알아본 한 감독에 의해 독립영화의 조연을 맡게 되죠.
이후 주인공의 우당탕탕 연예계 생활은 작품에서 직접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장점
1. 흥미로운 극중극
전작에서 '이 게임 실제로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처럼, 이번 작품의 극중극들도 제법 잘 짜여져 있습니다. 클라이막스에선 실제로 해당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파파파 님, 혹시 드라마 작가도 겸업하시나요?
2. 노력파 주인공
상태창 스킬 딸깍으로 해결하는 노잼 주인공이 아닙니다. 재능의 부족을 어떻게든 메꾸려 노력해왔기에 대부분의 연기 이론에 통달한 엄청난 노력벌레입니다. 모든 걸 계산하고 행동하는 주인공 특유의 기계스러운(?)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3. 조연들이 매력적이다
4차원 후배 여고생쟝(이후 졸업함), 철없는 주인공 때문에 매일매일이 살얼음판인 불쌍한 대표누님, 다음 작품에서는 꼭 팝핀을 춰달라는 뒤틀린 팬클럽 등 납작하지 않고 재미있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단점
1. 주인공이 등신같다
하나뿐이지만 그만큼 치명적인 진입장벽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투가 특이한 걸 넘어서 뭔 오타쿠, 혹은 집에 틀어박혀 커뮤니티만 하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전작 주인공이 은은한 또라이라면 얘는 아주 대놓고 돌아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초반부의 행적도 비호감인 것이 아무리 중도하차 당한다지만 촬영전날 술을 처먹고, 이후 자신을 알아봐준 감독님의 독립영화 출연 제안에 '그래도 독립영화는 좀...' 같은 배부른 소리나 하고 앉았습니다. (심지어 천만감독님 제안임)
그런데 작품 초반 수없이 하차욕구를 불러일으키던 주인공이 어느 순간부터, 달라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게 바로 왠지 등신같지만 멋있다는 걸까요?
조금만 참고 달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주인공의 바보짓을 보면서 낄낄대는 스스로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결론
실적 부족으로 연중되기에는 아까운 글이고 유료화 이후가 기대되는 글입니다. 비호감 주인공이 어느새 밉지 않은 바보형/오빠가 되는 마법을 경험해보시면 좋겠네요.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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