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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7 김효겸
작성
21.06.03 18:28
조회
870
표지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현대판타지

인생은고통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3,662
추천수 :
3,987
이 글은 한 남자가 회상하는 어린시절로부터 시작합니다.

소년은 가난한 동네의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납니다.
자연스레 이웃의 선망과 질투를 사는 그런 집이었죠.
부와 명예는 여유와 인자함을 가져다주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년의 집안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자기 밖에 모르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의 성품을 물려받은 아버지, 그런 집안에서 끊임없이 마음이 깎여나간 어머니,
그런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집안은 유복할 지언정 행복한 집안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렇게 풍요롭고도 암울한 환경에만 살던 소년은 어느 날 산에서 길을 잃고 한 여신을 만나게 됩니다.
한 없이 아름답고, 자애로운, 모든 길 잃은 아이들의 어머니 되는 여신이죠.
여신을 본 순간, 소년은 여신의 모성애에서 따스함을 느끼고, 결국 그 품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후 여신은 계속 소년의 곁에 머무는 영이 되지요.

허나 여신은 마냥 자애롭고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신의 이명은 어둠의 주인이고, 그 형상은 날카로운 발톱과 커다란 날개를 가진 포식자의 모습이었죠.
여신은 인간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마냥 순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신은 사람의 속마음을 사랑했습니다.
우리의 얇은 가죽 밑에 피와 기름으로 가득한 징그러운 살주머니가 있듯, 여신은 가식과 위선이 벗겨진 인간의 날 것 그대로의 욕망과 증오를 사랑했습니다.
여신의 취미는 그러한 가식과 위선을 벗겨내어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검은 욕망을 이루어주는 것이었죠.

여신이 소년의 곁에 머무르던 날부터, 동네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바람피운 남편을 난도질한 아내, 가족을 괴롭히던 아버지를 때려 죽인 아들......, 사람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어두운 것들이 고삐가 풀려 날뛰기 시작합니다.
여신이 사람들의 귓속에 불어넣은 속삭임 때문이었죠.

사람들의 악의를 삼키고 커져만 가는 여신.
그 앞에선 소년 또한 뒤틀린 욕망을 가식으로 감춘 작은 인간에 불과합니다.
여신은 고뇌하는 소년을 향해 끊임없이 어둡고 무시무시한 말들을 속삭입니다.
소년은 그 속삭임을 두려워하면서도 그 달콤하고 따뜻한 유혹에 계속 마음이 흔들립니다.

과연 소년은 여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유혹에 굴복하여 심연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까요?

****

"인간이 가장 무섭다."

제가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이 말에 백 번 동의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가진 욕망들이 얼마나 어둡고 잔혹한 것인지 잊어버리곤 합니다.
남을 밟고 위로 올라서고 싶다, 남의 것을 빼앗아 내 것으로 하고 싶다.
그런 끔찍한 생각들을 애써 속에 눌러 묶어두고 우리는 평범한 삶을 이어갑니다.

소설 속 여신은 그러한 사람들을 말로 농락하여 끝내 그 끔찍한 욕망을 있는 그대로 꺼내어 놓게 만듭니다.
그 결과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은 마치 서양의 '원숭이 손' 전승을 연상시키지요.

허나 그 결과는 과연 악신으로부터 비롯한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 본연의 악함으로부터 비롯한 것일까요?


이 글은 어둡습니다.
뉴스에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는 것과 유사합니다.
우리는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혐오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호기심과 기대를 담아 다음 문단을 기다립니다.

작가는 화자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남자를 택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정갈하고 덤덤하게 이야기를 전달 받으면서도 혐오스러운 현실 속에서 희미해져가는 윤리와 달콤한 유혹 사이에서 흔들리는 소년의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한 서술은 등장인물보다는 독자를 더 닮아있습니다.
한 발짝 물러선 관점에서의 이야기는 비록 끔찍하게 살해당한 시체의 열린 피부를 눈 앞에 묘사해주진 않지만, 사람이 죽어나간 음산한 숲의 기운을 듬뿍 머금습니다.

이 글에서 박진감 넘치게 달려오는 긴장은 느끼기 힘들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끈적하게 기어오는 꺼림칙한 공포를 듬뿍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공포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글에서 코스믹 호러와 비슷한 감각을 느낍니다.
작중에서 피어나는 욕망은 사람의 선의와 굳은 결심을 너무나도 간단하게 짓밟습니다.
그 거대한 사악함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도 작은 존재에 불과합니다.
심지어는 인간의 본성이 바로 그 사악함의 정체일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의심까지 앞세우고 있습니다.
비록 규모는 다를 지언정, 저는 그 거대함과 먹먹함에서 오는 공포가 코스믹 호러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글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먹먹하고, 음산하게 다가오는 공포를 좋아하고, 최선을 다한 발버둥이 무위로 돌아가고 마는 그 비극의 아련함을 사랑합니다.
저처럼 이러한 종류의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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