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정체 불명의 ES들에게 잠식당하고 있고, 어떤 임계점을 넘어가면 세계가 리셋됩니다.
이 ES들은 괴이에 가까워요.
악몽 속, 혹은 괴담 속의 존재들. 백귀야행, 흡혈귀,
또는 친숙하지만 가끔은 낯설게 보이는 대상들.
(사람을 죽이는) 아이들의 장난감, 마술사 등등요. 매우 친숙하지만 가끔 어느 순간 돌변할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주는 대상들 말입니다.
세계의 비밀을 알게된 정재계 고위층, 전 세계에 걸쳐 협업하는 TF의 연구진, 군인 및 기타 인사들은 이걸 민간인들에게 숨기기 위해 그들을 행복한 가상현실로 도피시킵니다. 공포스러운 현실을 목도한 민간인 목격자들은 (괴이에 오염되거나 죽거나 또는 정부에 의해 감금당하거나 하여) 전부 처리되고요.
작품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조금 오싹합니다. 처음 감자머리 괴인들 나올 때까지만 해도 마냥 유쾌하네 싶었는데 괴이들을 상세히 묘사하며 공포소설의 한 장면에 가까워집니다.
여기서 우리 돌고래 아이큐 주인공을 끼얹습니다.
모두가 가상현실에서 삶을 즐기고 상호작용하는 근 미래에서, 체질상 가상현실 이용이 불가능한 우리의 주인공은 외로운 현실에 홀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이러한 주인공이 어찌어찌 하다보니 제주도의 괴이 연구소(or 수용소)로 파견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주인공은 말입니다. 사회성 떨어지고, 융통성 떨어져요. 이해력도 좀 떨어집니다. 괴이를 봐도 이해하지 못해요.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친구들을 만난 양 (엄청난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괴이들과 함께 걍 놀아요.
(주인공이 특수한 능력이 있는지 운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네요. 지금은 특수능력 쪽에 방점이 찍히긴 하는데..)
괴이들이 사람을 죽이는 묘사와 주인공의 태평함이 병치돼서 그 행보에 불안하면서도 주인공만은 괜찮을 거라는 기묘한 안도감을 줍니다.
살벌하고 오싹한 전체적인 분위기와 거기서 홀로 태평한 주인공과의 갭이 흥미를 자아내네요. 그러면서 작품 전반의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되고요.
오직 주인공 때문에 기본적인 전개는 가볍고 유쾌합니다.
혹시 예전에 공포소설이나 괴담들 좋아하셨던 분들은 추라이 ㄱㄱ 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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