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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53 ipdace
작성
22.06.25 07:18
조회
519
표지

유료웹소설 > 연재 > 현대판타지, SF

유료 완결

연산호
연재수 :
422 회
조회수 :
1,952,083
추천수 :
120,789

 한 13년 전 대한민국에 “정의” 라는 담론이 휩쓴 적이 있습니다. 그 계기를 촉발 시킨 작품이 마이클 샌댈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었죠. 이 책을 읽는 것이 일종의 유행과 같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저도 사서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책의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애초에 제 기대와는 다른 전개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저는 명쾌하게 정의란 이런것이다 라고 말해줄 줄 알았는데 수 없이 많은 예시와 사고실험, 옛 철학자들의 대답과 그에 대한 비판들로 머리가 어지러웠거든요. 대신에 ebs에서 방영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 강의 영상은 굉장히 흥미롭게 봤었습니다. 고작해야 18~19살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토론하고 이를 전체적으로 종합하고 조망하는 샌델 교수의 모습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저 정도는 해야 하버드생이 되는구나 하고 내심 감탄과 열등감을 느꼈었죠. 강의 “정의”에서 뇌리에 가장 인상을 남겼던 장면은 칸트의 사상이었습니다. 아마 이 강의에서 가장 길게 그리고 중요하게 마이클 샌델 교수가 다뤘던 철학가가 칸트였기 때문일 겁니다. 샌델 교수는 학생들에게 미리 칸트의 [도덕형이상학의 정초] 텍스트를 읽게 한 후 칸트가 말하는 도덕과 자유, 자율, 그리고 의무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샌델은 명쾌하고 간명하게 칸트의 엄격한 도덕적 잣대와 그로부터 이어지는 진정한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텍스트를 엄밀하게 정독하면 칸트의 도덕관념을 알기에 충분할 것이기에 혹시라도 부족한 것이 있다면 이 텍스트를 여러번 읽어보라고 권장합니다. 예 그 말에 혹해 저는 [도덕형이상학의 정초]를 구입해 읽고야 말았습니다. 

 철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제가 칸트에 대해 말하기에는 내공이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그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짧은 감정의 편린은 칸트가 주장하는 인간의 이성을 향한 무한한 신뢰와 이를 제 1의 공리로 삼는 논리의 출발점에 대한 반감이 첫번째였고(인간의 감정과 사고 또한 모든 것이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전기적 반응의 결과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현대인의 감정에서 그렇습니다.) 두번째는 그런 반감을 뒤로 하고서라도 모든 것이 유한한 이 세계에서 어떠한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무언가를 인간의 이성이라는 능력을 통해 엄밀하게 정립하고자 했던 칸트라는 선인에 대한 감탄이었습니다. 특히 이 두번째 감정은 당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은 직후여서 더욱 그렇습니다. 현대의 우주론에 따르면 태양과 그를 둘러쌓고 있는 지구를 포함한 행성들 더 나아가 은하계와 우주전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결국 어떠한 에너지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빈 우주적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지요. 우리가 무한하다고 생각했던 우주조차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언젠가는 우주적 종말을 맞이한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에 종점이 있다는 사실은 공허함이나 허무감을 야기시키기 마련입니다. 현실세계는 확실히 유한(有限)한 듯 합니다. 하지만 칸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이 유한한 세계 너머 무한한 이성의 세계가 존재 하는 듯 합니다. 왜 도덕인가? 왜 도덕이 그토록 중요한가? 그것은 어떠한 것에도 제한받지 않는 선험적 이성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명령이기 때문이며 그 명령에 따를 때여야만 나 스스로의 자율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성을 가진 모든 인간이면 보편적으로 도출되어지는 이 명령의 자율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현실의 구속을 벗어던지는 진정한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칸트의 이 사상은 젊은 날의 제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글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제가 구구절절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부터 칸트 그리고 [코스모스]까지 이어져 온 이유는 바로 이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였습니다. 아직 사회에 때묻지 않고 경제적 부담을 짊어지지 않을 때 느꼈던 이 순수한 벅차오름, 어쩐지 마음 한편이 간지로운 것 같은 이 느낌을 오래간 잊고 잊었습니다. 무뎌지고 마모되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연산호 작가님의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를 읽으며 이 때의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아직 순수했던 시절 인간의 선이나 도덕에 대한 화두를 떠올리던 이때를 말이죠. 작품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어 재미를 반감 시킬 것이라 걱정되었습니다. 1편에서 부터 나오는 모든 내용은 앞으로 이어질 내용의 복선이며 각각의 복선들이 잘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접적이 나마 제가 받은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빙 에둘러 추천글을 썼습니다. 복잡한 생각없이 일종의 스릴러 물로 봐도 충분히 재밌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주인공과 함께 무저갱과 같은 해저를 넘어 더 깊은 심연으로 같이 여행을 떠나 보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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