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한 코르시카섬의 촌놈이 대혁명으로 피폐했던 프랑스인의 황제가 되며 온 유럽을 뒤엎어버립니다. 그 촌놈은 로마 제국 이후로 누구나 꿈꿨던 유럽 정복을 실현시킬뻔하다가 동쪽의 불곰에게 가로막혀 실패해버렸지만 법전과 여러 그가 남긴 유산들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촌놈의 이름은 바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입니다.
이번 작품은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은 그 촌놈이 세운 보나파르트 왕조, 그것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된 후 친위 쿠테타로 황제가 된 나폴레옹 3세의 아들로 빙의를 하지요. 국내에서는 보지 못했던 참신한 소재이지만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우선, 전작도 봤지만 이 작가님은 늘 글이 재밌습니다만, 하지만 단점도 공유합니다.
초반부는 재밌지만 후반부를 가면 갈수록 쳐지고 설정집 같아지며, 전황 설명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전작보다 더 부족한 듯한 면이 있습니다. 전개가 지나치게 빠르고 주인공의 감정 묘사는 있지만 군사적인 상황을 장황하게 늘어놓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과연 주인공은 전생에 뭘하다 온 사람인지가 궁금해집니다. 분명 프롤로그에서는 알바생이었던 것같은데 철조망을 만들고, 온갖 무기들의 아이디어를 사용해 기술의 발달을 촉진시켜버렸거든요.
용병대장과 성녀 그리고 동방의 라스푸틴을 거쳐가며 필력은 좋아졌지만 이번 작은 전 작품들에 비해 많이 부족합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시간입니다. 작의 시점에서 몇 년도인지 그리고 전화에서 어느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가 불분명합니다. 보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전 화에서 아기가 태어났는데 몇화 지나지도 않아 말을 하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설정집같은 문제와 부족한 작 중 정치적인 상황 설명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전작에서는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상황만을 묘사했다면, 이번작에서는 외교적, 군사적 상황만을 지나치게 묘사하고 정치적 상황은 당시 벨 에포크 시기 역사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는 이해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벨 에포크 시기에는 산업 혁명과 기술의 발전으로 유럽의 유례없는 평화로운 시기였다고 볼 수 있지만, 더욱 심해진 제국주의와 식민지에 대한 약탈 그리고 어린아이들도 공장에 동원되며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 시기였던 이 시대의 상황을 조금 더 묘사해주셨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참신한 나폴레옹 3세의 아들로 빙의해버렸다는 설정은 그동안 국내에서 자주 다루지 않았던 나폴레옹 전쟁과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지만 모든 전쟁을 끝내지 못했던 전쟁인 제1차 세계 대전 사이, 즉 벨 에포크 시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다른 소설들은 팍스 브리타니카, 빅토리아 시대라고도 불리우는 이 시대를 표현한 작품이 별로 없습니다. 국내 대역의 주류는 20세기와 조선 시대이죠.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은 한 번쯤은 읽어볼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역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벨 에포크 시기와 소재를 다룬 작품, 한번 읽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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