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재료를 쓴다고 해서 요리가 항상 맛있지는 않습니다. 누가 요리하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으니까요.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혼', '망나니' 같은 소재를 쓴다고 글이 항상 재미있어지진 않죠. 글 역시 잘 쓰는 분의 작품이 재미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TALPA 작가님 작품이 그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다른 추천 글을 보시면, 댓글에는 주로 두 가지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특별할 건 없는 내용이다. 필력은 좋다. 물론 필력은 독자마다 기준치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문장력이 개쩝니다, 이런 느낌으로 작품을 소개하고 싶진 않습니다.
제가 작가님 작품의 장점이라 느끼는 건, 개연성을 위한 주인공의 꾸준한 사고 과정이 뒷받침 된다는 점입니다. 갱생도 안 될 개쓰레기 악인이었지만 회귀했으니까 누구보다 착하게 산다고..? 아니 그럴 수는 있는데, 단순히 회귀했다고 그게 딱지 뒤집듯 바뀌는 거야..? 독자가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장치라도 마련해 줘야 하는데, 당혹감을 느끼게 만드는 소설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 작품에는 그런 아쉬움이 없습니다. 이전 작 필드의 어린왕자에서도,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도 주인공이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그 당위성을 충분히 갖춰나가니까요. 그래서 작가님 작품을 보다보면, 그러한 사고 과정을 바탕으로 주인공이 조금씩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는 게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로 다가옵니다. 작가님께서도 그런 매력을 내보이기 위해 작품마다 어리지만 성숙한 주인공을 설정하신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성장’해간다는 느낌 덕분에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 기대하게 만들 거든요.
그러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독자마다 선호하는 취향이 다르니까요. 예를들어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는 더 매운 거, 또는 더 치즈 많이 뿌려진 음식입니다. 대표적으로 마라탕이나 닭갈비, 떡볶이같은 음식이 있고요. 제가 보는 문피아 상위권에는 그런 소설이 많습니다. 사이다를 외치는 독자분들의 소망이 많이 담긴 그런 소설들요.
그에 반해 작가님의 작품은 몇 십년 전통의 '알밥' 같다고 생각합니다.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엄청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맛있으니까 매번 감탄하게 됩니다. 주인장 손맛이 얼마나 좋길래 이런 맛을 내는 거지? 음식 맛이 좋으니까 고명처럼 올라간 그 얼마 안되는 날치알조차 입안 가득 씹는 재미를 더합니다. 그래서 문피아 상위권에 오르는 건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반대로 이 가게가 망할 거라는 생각도 전혀들지 않습니다. 또 다른 작품을 연재하시더라도, 작가님 필명만 보고 믿고 볼 수 있을 정도로요.
추천 글을 보시는 다른 독자 분들께서도 본인의 취향이 어떠한 지, 한 번 고민해보시고 취향에 맞으시다면 꼭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 문득 음식에 비유해서 생각해보니, '필드의 어린왕자'가 기본에 가까운 알밥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단무지를 추가해 씹는 재미를 늘린 알밥으로 생각되네요. '헌터'와 '회귀' 소재를 활용하셨으니까요. 제목도 전작과 달리 조금은 더 자극적인 척(?)스럽게 짓기도 하셨고요.)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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