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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5 근경
작성
20.12.14 21:13
조회
577
표지

유료웹소설 > 연재 > 판타지, 퓨전

유료 완결

푸뱅
연재수 :
258 회
조회수 :
219,258
추천수 :
11,751

  최근에 재밌게 읽고 있는 웹소설이다. 아직 30화까지만 연재되었고, 선작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쯤 봐볼 가치가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서른네 살의 스타트업 실패자 이강현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한때 사장님 소리를 들었던 그는 이제 작은 빌딩의 전기기사로 살아가면서, 1평 남짓한 공간에서 하루 종일 태블릿을 만지작거릴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꿈속에서 무예의 신이 나타나 계약직 입사를 제의한다. 계약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그저 하던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면 될 뿐이라는, 아주 간단한 일. 물론 그 계약은 진짜 게임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이강현 본인이 직접 신의 화신이 되어 게임 속 세상에서 발로 뛰어야 하는 계약이었다.


  그리해서 스타트업 실패자요 빌딩의 전기기사인 이강현은 무예의 화신 란드와르가 되어 판타지 세계를 여행한다... 는 것이 스토리의 골자다.


  아직 소설의 초반부기 때문에 세계관에 대해서 밝혀진 것이 많지는 않다. 대략적으로 말하면 요정들이 있고, 인간들이 있다. 당연히 둘 사이의 사이는 나빠서 대전쟁을 벌였는데, 그 결과 요정들은 패배하고 그 신들은 살해당했다. 그러나 무너져내린 요정 왕국은 시시때때로 옛 신들의 부활의식을 치르려 한다. 이제 그들의 음모는 실제로 성공했고, 주인공 란드와르는 부활한 옛 신을 다시 처치해야 한다. 그정도가 메인 시나리오가 되는 소설이다. 세계관은 이제 개관 정도만 막 밝혀졌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꼼꼼하고 잘 짜여진 세계라는 인상을 준다.


  글쓰기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일단 무엇보다도 글이 굉장히 단단하다. 필력이 흠잡을 데 없고, 웹소설 특유의 지나친 강제개행이 없으면서도 부드럽게 잘 읽힌다. 스타일은 하드보일드...라기보다는 반쯤 하드보일드한 분위기에 시니컬한 유머가 섞여 있는 느낌인데, 유머코드가 맞다면 낄낄대면서 읽게 된다. 좀 하이한 농담이 들어갈 때도 있어서 코드가 안 맞으면 실망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문장이 뛰어난 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어쨌거나 한 번 읽어볼 만한 소설이고, 뛰어난 필력에 비해서 선작이나 주목도가 지나치게 낮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대략적인 추천사고, 이 밑으로는 초반부의 주제적인 면에 대한 잡소리들. 소설에 대해 한 번 생각을 공유해보고 싶다면 읽고, 아니라면 안 읽어도 좋은 그런 내용들이다.


  소설의 초반부를 지배하는 주제는 효율성의 역설, 그리고 구원서사에 얽혀 있는 윤리적 딜레마라고 나는 느낀다. 아마 이건 내가 이쪽 주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인 탓이겠지만, 작가가 역설과 딜레마에 대한 고려 없이 글을 썼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주인공 이강현은 굉장히 이중적인 인물이다. 그의 마인드는 게이머로서, 그리고 현대인으로서 효율성을 추구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살인과 같은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극도로 거부감을 느낀다. 효율성을 추구하는데서 오는 냉혹함과 현대인으로서 자라며 교육받아온 도덕감정. 소설은 이 두 측면의 충돌에 대해 다루는데, 웹소설이 게임화된 소설이라고 한다면 게임과 윤리성의 문제가 화두에 오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잠깐 비판이론가 식의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보자. 그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합리화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세계의 사물화를 동반한다. 관료적인 세계의 소명은 모든 것의 효율적인 개선에 있고, 효율성에 대한 고려는 다시 세계의 수치화로 이어진다(혹은 영토화라고 표현해도 될지 모른다). 수치화된 세계, 수학으로 파악되는 세계는 얼마든지 사물적으로 조작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합리화, 이런 식의 수치화에 있어 정점에 있는 것이 게임이다. 게임은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이 데이터와 수치로 이루어진 세계고, 게임의 세계 속에서는 절대적인 원칙은 오직 수학의 원칙들뿐이다. 일반적으로 최적화와 민-맥싱에 대한 집착은 헤비 게이머들의 특징으로 여겨지지만, 실은 '합리화된' 플레이어라면 누구라도 그런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적인 세계가 그대로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 그런 세계에서는, 주인공은 여전히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냉혹할 수 있을까? 수치화되지 않는 모든 것을 잘라버리고, 오직 효율성만을 추구할 수 있을까?


  우리의 자연스러운 도덕감정에 비추어본다면, 그것은 전혀 바르지 못한 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지점, 바로 이 지점에서 일종의 역설이 출현한다. 분명히 최적의 방식으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냉혹해져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것은 분명히 비인간적인 삶의 방식이다.


  이런 역설은 단순한 게임에서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현실에서 자주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definition 말고, justice 말이다. 고전적인 정의의 정의는 이른바 각자에게 각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지만, 현실에서 이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정의의 정의는 실제로는 지나치리라만큼 가혹한 논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효율적인 개선은, 늘 그 효율성을 위해 희생되어야만 하는 약자들을 동반한다.


  세상은 그렇게까지 단순하지 않고, 좀 멋들어진 말로 표현하자면, 오히려 무한한 종합이라고 해야만 한다. 타인을 정죄하는 것은 쉽고, 도덕을 내세우는 것 역시 쉽다. 그러나 세상을 개선하는 것은 어렵다. 세상이라는 것이 너무나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에, 개선에 대한 믿음은 어긋난 진보 신앙이 될 수 있다. 전간기의 한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황폐한 것은 자본가들, 관료들, 정치인들이 악랄하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들은 오히려 세계의 효율적인 개선이 올바르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으며, 그러한 효율성의 윤리가 세상을 황폐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딜레마는 모든 관료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를 괴롭힌다.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늘 이렇게 묻고 있다. 효율성의 대안은 있는가?


  아니, 차라리 이렇게 질문하는 건지도 모른다. 근대성의 대안은 있는가, 하고. 이 소설에서 묻고 있는 것 역시 이와 같다. 주인공은 끝없이 효율성과 인간적인 선이라는 두 기준 사이에서 시험받는다. 아마도 불멸토록 이 딜레마 속을 헤매는 것이 윤리적인 현대인의 삶일 것이다.


  잡설이 길었다. 어쨌거나 <계약직 신으로 살아가는 법>은 그런 소설이다; 적어도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재밌는 소설이니까, 한 번 읽어보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Comment ' 6

  • 작성자
    Lv.32 흑색후추
    작성일
    20.12.14 21:28
    No. 1

    이거 진짜 재밌어요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상의아침
    작성일
    20.12.14 22:03
    No. 2

    너무 긴 추천글이라 다 읽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긴 추천글을 쓰게끔 한 소설이 궁금해서 보러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3920483
    작성일
    20.12.14 22:32
    No. 3

    추천글 때문에 궁금해서 보러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레이나크
    작성일
    20.12.15 00:59
    No. 4

    완독 후 평가. 겜속전사 느낌의 정통판타지. 유머코드와 윤리의식에 대해 다소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탄탄한 필력과 서사가 이를 받춰줍니다. 시나리오야 그 나물에 그 밥이긴 한데 그걸 어떻게 섞는가에 따라 한정식 고급이 되느냐 개밥이 되느냐 차이가 나는 법.

    취향만 맞으면 충분히 유료화 따라갈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47 53201748
    작성일
    20.12.15 18:44
    No. 5

    작가님이 확실히 미리 설계를 하시면서 쓰시는 글이라는걸 알수있는 퀄리티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꼬마마법사
    작성일
    20.12.16 16:10
    No. 6

    개성있고 잘 쓴 글이에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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