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벗 작가님의 신작 <말로 먹는 아카데미>를 추천합니다. 작가님의 전작들을 보며, ‘주인공이 입을 터는 것을 등급으로 환산하면 S급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의 능력이 입을 털어서 호감도를 올리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팬으로서 환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말을 잘하는 주인공이라고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하얀 늑대들>입니다. 어린 시절에 강함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던 작품이지요. 완전히 똑같진 않겠지만, 그때의 설레는 느낌과 함께 이 작품을 추천해봅니다.
물론, 자신의 의도대로 타인을 조종하는 능력은 보통 주인공이 아니라 빌런의 것이긴 합니다. 진심으로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동료들과 함께 난관을 극복하는 것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지요. 하지만 이처럼 전형적이지 않은 부분들 덕분에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더 커지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약함과 주변 인물들의 강함 사이의 줄타기에서 오는 긴장감.
강함의 기준에서 전투 능력을 제외했을 때 주인공은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상대방의 호감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변수가 되는지.
일신의 무력이 지상 가치인 헌터 세상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명분을 쥐고 뒤흔드는지.
궁금해집니다.
주인공의 말빨과 호감도 체크 능력을 떠나서 더욱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결국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관계라는 것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지
까지.
아, 이건 조금 너무 나갔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아무튼 이 이야기는
탑이 지상에 내리꽂히고 그것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발생하는 재앙.
그로 인해 전 세계 인구수가 5억 명밖에 남지 않은, 아포칼립스물에 가까운 근미래 세계관.
어린 나이에 갑작스러운 재앙으로 부모를 잃고 동생과 겨우 살아남은 주인공.
그날 이후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하며, 재앙 질환자가 되어버린 동생을 치료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던 어느 날
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여느 이야기들과 같이 주인공이 회귀하거나 게임에 빙의하여 쓸 만한 미래 정보들을 가지고 시작하진 않습니다. 그로 인해 초반부 전개가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그만큼 세계관과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단단하게 쌓고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와중에 익숙한 헌터물의 클리셰들을 살짝 비트는 지점들이 꽤 맛있습니다. 거기에 주인공의 오지랖과 말솜씨만큼 확장되는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보는 맛도 있지요.
속을 알 수 없고 시종일관 능청스러운.
미성숙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강한.
개념은 좀 없지만 밉지 않은.
높은 프라이드로 자신을 무장한.
등장부터 엉뚱했지만 가진바 능력이 기대되는.
대충 대충이라는 느낌이지만 거인의 풍모가 엿보이는.
능력 있고 냉철한.
또한 이 세상의 이능 분류법 또한 꽤나 특이해서 이후 아카데미에서의 교육 시간이나, 탑에 입장하여 전투를 하는 장면이 꽤 기대되기도 합니다.
16화가 되었지만 아직 아카데미의 그림자만 살짝 보이고 있는, 이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느낌입니다.
다소 난잡한 글을 자꾸 올리게 되어 민망하지만.
아쉽게도 작가님께서 연중을 하신 <아파트는 요새다>의 추천글을 쓸 때와 같이.
이 이야기의 끝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곳에 재차 글을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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