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페이커를 연상하게 하는 엄청난 실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주인공은 은퇴식 날, 회귀의 저주를 받고 아무것도 없던 과거로 회귀합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제대로 된 파악도 하기 전에 주인공을 맞이하는 것은 70평 강남 타워 펠리스에서 곰팡이 핀 반지하로 떡락해 버린 집안 사정, 그리고 자신이 저주에 걸렸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깝깝한 상황이었습니다. 경기 우승을 할 때마다 이딴 상황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을 보면 저주의 상태는 진짜로 개 악질이 분명합니다.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오직 준우승만을 달성해서 ‘무관의 제왕’ 타이틀을 얻어야 하는데, 삐끗해서(?) 우승을 하거나 고의 트롤로 승부 조작(?)을 한다면 다시 회귀를 해 버리기에 어떻게 해야 본인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준우승을 할 수 있을까가 주인공이 가진 가장 큰 골칫거리가 아닐까 합니다.
매번 2등만 유지해서 승부조작 의심까지 받는 콩라인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처럼, 1등도 하면 안 되고, 승부조작도 할 수 없는 주인공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할 사람은 콩진호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나마 콩진호는 희대의 라이벌인 임요환이라도 있었지, 이 작품에서는 1:1이 아닌 팀 게임이며 주인공이 전성기의 임요환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기에 본인의 뛰어난 실력을 아군이 적절한 수준으로 야금야금 깎아 먹어 주길 바라야 하는 고도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이로 인하여 가능성이 있는 팀이 아닌, 최약체 팀만 골라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데, 리그 최다 연패 기록을 가진 한화 같은 팀에 들어가서 최초로 2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주인공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무한 회귀 지옥에서 런하기 위해서 들어간 만년 꼴찌팀은 상상 이상으로 가관입니다.
주인공의 높은 몸값을 질투하고 텃세를 부리는 것은 기본이고,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자신감 없는 탑신병자, 자신감이 넘쳐서 일단 들어가고 보는 원딜, 그리고 유일하게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서포터가 캐리를 해 주길 바라는 팀의 분위기 등, 도대체 이것이 프로팀인지 아니면 세기말의 아이언 솔랭을 보는 건지, 동네 친구 5명을 모아서 술 한잔 거하게 걸치고 팀랭을 해도 이거보다 분위기가 좋겠다 싶은 엄청난 팀에 주인공이 들어가게 됩니다.
같은 팀인 주인공에게 텃세를 부린답시고 4인 저격까지 돌려대는 팀원들의 상태를 보고 당장에라도 가족 안부를 묻고 때려치우자면서 체어샷을 날릴 것 같았지만 다년간의 회귀로 이미 범상치 않은 멘탈과 인성을 보유한 주인공은 오히려 좋아 를 외치며 실력으로 찍어 누르고 역으로 저격을 하며 마음껏 인성질을 합니다.
거듭된 회귀로 싸이코가 되어 버린 건지, 아니면 주인공의 말대로 싸이코만이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살아서 입증하는 것인지, 실력으로 박살이 나 버린 팀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진짜’를 알아보고는 주인공을 인정하고 하나의 팀으로 뭉칩니다.
모든 면에서 완성이 되어 있는 주인공들보다 밑바닥에 있는 팀원들의 성장 또한 상당히 흥미가 있는 작품으로, 언더독 소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면 매우 좋아하실 듯합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주인공은 이적하게 되고, 거기서 본 팀원들은 무척 정상적입니다. 써드 맴버까진 아니지만 만년 꼴찌 수준은 아닌 평균적인 수준.
한화 같은 꼴찌 팀으로도 준수한 성적을 거둔 주인공이니 분명 4강까지는 수월하게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작품의 제목처럼 주인공에겐 난관이 기다리고 있죠.
그 부분은 작품 속에서 확인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게임 내의 한타 장면이 아닌 전략적인 운영 방법과 팀을 성장시켜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서 게임 장면이 아닌 감독물을 좋아하는 분이거나, 혹은 롤을 한 번도 플레이하지 않은 분들이 보시기에도 보시기에 적당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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