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A #격투기 #태권도
발차기 몇번 하고 피구 시키는 동네 태권도장, 시합이 아니라 서로 발들고 젓가락질 하는 것 같은 노잼 발펜싱,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태권도의 이미지는 UFC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으으딜 상남자 파이터들의 투기장에 감히 발펜싱 따위가 끼어드냐고 생각하는 사람들 엄청 많지요.
하지만 저는 태권도 베이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의외로 몇명 있어요. EA에서 라이센스 받고 만드는 UFC 콘솔겜에서도 허구헌날 태권도 베이스 스트라이커만 키웠죠. 너무 국뽕에 취한 것 아니냐고요? 전혀 아닙니다. 사실 그 게임에서도 태권도 베이스가 제일 구리거든요.
스텝과 킥이 스테미나를 너무 많이 깎아먹고, 주력기들이 하나같이 빙빙 도는 모션이라 막기도 쉽고, 무게중심이 너무 높아서 그래플러한테 수시로 잡힙니다. 세상 모든 억까를 전부 견뎌내면 그제야 킥 한번 쓰게 해줘요. 그렇게 구린데 왜 태권도를 쓰느냐.
그 킥 한 방에 상대가 뻗습니다. 몇 분 싸우지도 않았는데 체력 다 떨어져서 헉헉대고 발차기 한번 빗나갔다고 엉덩방아를 찧는 웃음벨이지만. 상대 머리통에 발이 꽂힐 때의 태권도는, 그 살벌한 위력은 절대로 웃기지 않습니다.
살살 녹는 스테미너, 절대로 선공을 시도할 수 없는 회전 무브먼트, 그래플러가 행복사할 정도로 높은 무게중심. 태권도 킥은 그 모든 것들을 팔아 단 하나-파워를 얻었습니다. 극한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남자의 로망이 가득 담긴 매력적인 소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태권도 끼얹은 격투물을 그렇게 오랫동안 찾아 헤멨는데, 여기에 있었습니다. <태권도장 오 사범>, 오늘 제가 추천할 작품입니다.
소설로서의 기본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서술 깔끔하고, 대사도 제법 매끄럽게 깎였습니다. 작중 태권도 얘기 나올 때마다 국뽕끼 살짝 느껴지긴 하는데 다른 공모전 참가작에 비하면 선녀 중의 선녀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는 격투 묘사입니다. 마치 격겜을 하듯이 차곡차곡 포석과 복선을 깔아두고 결정적인 순간에 쌓아둔 빌드업을 터트리는 서술이 실제 격투기 선수들이 이렇게 싸울 것 같다는 그럴듯함이 느껴집니다. 격투 소설로서의 묘사 만큼은 동일 장르 공모전 참가작중 탑티어입니다.
킥 하나만큼은 고인물인 주인공이 MMA 챔피언이 되는 이야기. 감초같은 유머 코드와 잘 깎인 대사의 티키타카, 수준 높은 격투 묘사를 모두 갖췄습니다. 정말 간만에 나온 격투물 수작이라 감히 평해보겠습니다.
제가 원해왔던 화끈한 타격전이 이 소설에 있습니다. 허구헌날 땅바닥에 드러누워 마당쓸기하는 노잼 경기가 싫은 분들. 화끈하게 치고받는 격투 소설을 원하는 분들께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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