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대체역사 #상태창
상태창과 대체역사라는 보기 드문 조합의 소설입니다. 하지만 ‘더 퍼거토리’의 1부같은 선례도 존재하니 완전히 없다고 말하긴 드물군요. 읽다보니 1화부터 작가분이 국가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하츠 오브 아이언’ 시리즈의 팬이라는 점이 느껴집니다.
작중 주인공도 하츠 오브 아이언을 패러디한 ‘강철의 심장’을 플레이하다가 신규 컨텐츠인 ‘트로츠키로 세계 정복’을 선택하고 트로츠키로 빙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원역사의 숙청대마왕 스탈린을 저지하고 소련을 좌지우지하여 세계를 정복해야만하는 처지에 떨어지게 되죠.
상태창이라는 부분에서 진입장벽을 느끼시는 독자분들도 계시겠지만 여타 다른 소설에서 상태창이 ‘주인공이 이만큼 강해요.’ 하고 성장 RPG적 요소를 보여주는 장치라면 본 작에서의 상태창은 국가 경영의 선택지,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지침이라는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소재 또한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능력은 있으나 너무 잘난척하다가 정쟁에서 패배하여 스탈린이 벌이는 대숙청에 휘말린 트로츠키가 주인공인 부분이 특히 그러합니다. 원역사에서 트로츠키는 잘난척이 너무 심해서 여기저기에서 반발을 샀고 정적인 스탈린이 정점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저지하지 못하여 결국 대숙청 당시 사형당하고 처자식, 여동생, 조카까지 전부 암살당하거나 수용소로 끌려가 사망처리 되었습니다.
또한 그가 속했던 국가 소련도 현재는 공중분해 되어 한때 미국과 세계의 패권을 다투던 옛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몰락했습니다. 실로 비참한 결말입니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자기 잘난 맛에 너무 나대다가 훅가버린 트로츠키를 보면서 ‘조금만 더 신중했다면’ 이런 뒷맛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본 소설에서는 미래의 일을 전부 꽤뚫고 더 신중한 트로츠키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고인물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구 소련 대체역사라는게 그렇게 메이저한 소재는 아니기 때문에 ‘소련의 역사..? 그게 뭐지?’하고 낯설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괜찮습니다. 저도 사실 소련의 역사는 잘 모르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소련 그 특유의 우라 ! 우라 ! 하면서 뭔가 괴상한거 같으면서도 묘하게 잘돌아가는 그 상황들을 보고 있다보면 순식간에 소설을 다 읽어내려가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냥 소설을 잘썼습니다. 이 소설은 해당 분야에 대해 지극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관심을 녹여서 써내고 있는 명작입니다. 재미있게 봤고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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