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그 중에서도 정통 판타지라고 부를 수 있는 소설이 요즘이라고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거대한 서사와 빼곡한 설정을 채워넣는 에픽 판타지나 검과 마법의 치열한 대적을 기본 골조로 삼는 소드 앤 소서리, 즉 검과 마법이라고 주로 부르는 판타지 서브 장르는 심심찮게 나오고 있죠. 단지 잘 ‘어그로’를 끌지 못하고 묻혀 있는 경우가 많을 뿐입니다.
여기 코난 더 바바리안을 닮은 성기사가 등장하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정통 검과 마법 판타지가 하나 있습니다. 묘한 이름의 여신, ‘발보아’에 의해 현대인이지만 두렵고, 뭔가 꼬여 있는 세계로 불려온 성기사가 근육근육하고 (왠지 ‘물리’를 앞에 붙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의) 자애로운 여신의 가호에 힘입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죠. 주인공이 게임 속 세상으로 소환된 것을 제외하면 이야기는 정말이지 정통 판타지스럽습니다. ‘게임적인 요소’가 거의 나오지 않는 가운데, 전형적인 엘프 동료와 공주 동료, 베테랑 기사 동료도 하나 둘씩 추가가 되며 진행되고 있는 이 이야기에서... 아직까지는 적을 물리치고 성장하고 교세를 늘리고, 다시 적을 물리치는 패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만, 각각의 인물들은 전형적이지만은 않고 각각의 적들이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호쾌한 검과 두려운 마법이 얽히는 고전적이면서 충실한 짜임새의 이야기가 나름 현대적으로 빠르고 시원한 전개로 풀려나가는, ‘게임’의 탈을 썼음에도 진하게 정통 검과 마법의 향취가 풍기는 이야기...
<발보아의 성기사>
기쁘게 추천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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