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 #타임슬립 #현대무기 #1668년
요즘 웹소설계의 대세는 사이다를 원샷하며 느끼는 카타르시스의 향연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대체역사물만큼 갑질을 맛깔나게 해야 성공하는 장르도 흔치 않다.
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완전 쩌는 미래 기술은 덤이지요.’도 한두번이지, 현대인이 과거로 떨어진다고 전지전능한 존재가 될 것인지는 의문이 생긴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현실적인 난관을 주고 슬기롭게 헤쳐나가거나, 아예 현대 기술의 산물을 왕창 들고 회귀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두가지를 적절히 섞는 방법을 택한다.
만재배수량 555톤의 공기부양함. 권총과 소총은 물론 개틀링까지.
그리고 노트북 안의 실용 서적들.
얼핏 생각하면 세계정복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항공모함이나 포병연대가 타임슬립하는 것에 비하면 애매하다.
그리고 이 애매한 물량이 한계로 작용한다.
“지금처럼 먹으면 남은 전투식량은 일주일치도 안될 겁니다. 당장 그 다음에는 뭘 먹어야 할까요?”
“40명 정도 상대하는데 800발 정도 썼다면 적이 300명만 오면 탄약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잖아요.”
“아마 이 배가 저속으로는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언제 멈출지 모르지만... 새로운 연료를 탱크에 채우는 순간부터 이동은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야.”
여기에 한국에서 온 무기구매 실사단 다섯 명 (그리고 덤으로 러시아 군인 한 명)을 끼얹고 1668년으로 날려보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청나라는 삼번의 난을 눈 앞에 두고 있고, 조선에서는 경신대기근을 앞두고 예송논쟁이 한창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쪽으로 백여 킬로미터 떨어진 나홋카 항구가 시작지점.
주변을 둘러봐도 신생 청나라, 머나먼 러시아, 유교탈레반 태동기의 조선, 답없는 왜국 뿐이니 특정 국가에 몸을 의탁하는 것은 포기.
소수유목민족을 회유하고, 개와 말을 길들이고, 해삼 따다 무역하며 곳곳에 거점을 세워 자원을 채취하고 무기를 만들며 독립 세력으로 성장해나간다.
이공계 전문가들과 군인 틈에 낀 유일한 문과생 주인공이 “문송합니다”를 연발하며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듣는 것은 물론이고,
의외로 하드캐리하거나 무당 흉내를 내며 비선 실세로 등극하는 과정이 꽤나 흥미 진진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역사적, 과학적 지식과 응용은 ‘이건 제법 그럴듯한데?’라고 느끼게 만든다.
무시무시한 화력으로 갑질하는 통쾌함은 없지만 알뜰하게 문명 발전시키는 재미가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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