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재벌 #순애
세상의 히로인이 있는 소설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다다익선이라는 호색한의 마인드를 그대로 빼다박은, 삼처사첩 주지육림을 이룬 하렘물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의 히로인만을 두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단일 히로인 순애물이 존재하지요.
각자의 장단점이 공존하는 바, 하렘물은 잘쓰면 수많은 매력적인 히로인들을 보며 극한의 캐릭터성 소설을 즐길 수 있으나 못쓰면 그냥 히로인 동물원, 트로피 전시관으로 전락할 뿐입니다.
단일 히로인 순애물 또한 잘쓴다면 작품 내내 히로인으로 서술 받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매력성을 어필할 기회가 많고 다면적, 입체적 인물성을 가질 기회가 많습니다.
본 소설의 히로인은 1화부터 근본성을 보여줍니다. 25년째 코마 상태인 주인공을 찐 사랑으로 돌보다가 끝내 교통사고로 숨지는 비극적인 생애..
간병 생활 한 번 해보신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그거 정말 피곤하고 사람이 할게 못됩니다. 힘든 일입니다. 병실에서 즐길 오락거리는 드물고, 환자수발도 해야하며 앉을 공간이나 휴식공간도 협소하죠.
병원 특유의 식사나 분위기도 한 몫합니다. 그야말로 간병인의 시간과 정신을 잡아먹는 탈력감 넘치는 일입니다.
그런 곳에서 정신을 잃고 교감을 할 수 없는 상태인 주인공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25년 동안 간병을 한다? 이것은 정말 가족도 하기 힘든, 가족 그 이상의 사랑입니다.
이 얼마 가슴 아프고 지고지순한 순애란 말입니까. 단순한 남녀간의 성애, 에로스를 뛰어넘어 일방적이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 아가페의 영역에 범접할 수준입니다.
이런 연인의 사망소식이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수십년의 코마상태였던 반송장인 주인공이 소식을 듣고 혈루를 흘리며, 회귀를 하게 만듭니다.
회귀 후 주인공은 히로인 ‘소라’를 처음 만나는 날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 날 맹세합니다. 새롭게 얻은 생은 소라만을 위해 살겠노라고 말이죠.
사실 플룻 자체는 어디선가 많이 본 내용들입니다. 재벌가의 자손이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회귀를 한 다음 미래에 닥쳐올 IMF나 비트코인 같은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여 현대 한국의 재계를 찜 쪄먹는다는 그런 내용 말이죠.
근데 그런 소설들 치고 이렇게 단일 히로인을 1화부터 내세우고 그런 여자를 내가 이제 지켜줄 것이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천명하는 소설은 드뭅니다.
재벌물은 많습니다. 순애물도 적지만 그럭저럭 있습니다. 하지만 재벌 순애물은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재밌는 소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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