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카드 게임 하는 자들의 천국(이하 카겜천국)의 지구는 카드와 듀얼이 보편화된 사회입니다.
과거, 이세계의 침략에 멸망하고야 말 것인가. 하며 걱정하던 지구인들에게 지구의 대지모신이 내려준 것이 바로 카드! 그리고 듀얼!
지구인들은 카드에 무기를 넣는 방식으로 무지막지한 물량전을 펼쳐 이세계 침략군을 싹싹 몰아냈습니다.
얼마나 압도적인 물량전이었는가 하면, 그 물량에 질려버린 이세계 측에서 차원의 문을 닫아버릴 정도로 말이죠.
카겜천국의 주인공은 이 대격변 이후 지구의 카드 경비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종의 동사무소 경비원 같은 위치죠.
다만, 몸 자체가 무기인 이세계 종족이 흔하다 보니, 제압용 듀얼이라는 총을 들고 있다는 점은 조금 다르지만요.
#카드 겜 하는 자들이여! 모여라!
듀얼이라는 말에는 참 이상야릇한 매력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유희왕 세대의 끝물이라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릴 적부터 듀얼이라 하면 참 멋져보였습니다.
왠지 논리적이어야 할 것 같고, 왠지 모든 것을 거는 진검승부의 느낌이 나기도 했기 때문이었을까요.
막상 저는 동네 친구들 중 유희왕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한 상자 가득 모으기만 하고, 한 판도 해보진 못 했습니다만.
카겜천국은 그런 저라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대리만족이란 참 좋은 문명이지요...
#잘 쓰인 글.
카겜천국같은 류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한가지로 꼽기는 힘들지만, 일단 저는 당위성과 즐거움을 꼽아보고 싶습니다.
왜 하필이면 듀얼인지. 왜 굳이 턴제 방식을 고집하는지.
카겜천국은 참 잘 썼습니다.
다소 설명충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세계관 설정, 카드와 듀얼이 생기게 된 계기. 이런 요소들을 참 세세하게 준비해 두었습니다.
작가의 애정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런 애정은 작중 주인공이 듀얼을 하는 도중, 입에 담은 말에서 또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아니, 이건 그냥 카드 놀이가 아니야. 우리 둘의 신성한 결투다!"
저는... 마지막 화 까지 읽을 수 밖에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독특함.
카드족.
이게 대체 뭔 소린가 싶은데, 지구의 인간을 이세계 종족들이 부르는 법입니다.
창의적이지 않나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세계 늑대수인이 등장한다면 '어이 인간!' 정도의 선에서 그칠 것 같은데
카드족이라니.
그것 이외에도 독특함은 카드와 듀얼의 배경에서도 드러납니다.
카겜천국의 카드는 일종의 포켓볼 같은 역할을 겸하고 있는데, 무기부터 시작해서. 살아있는 생명체까지 '카드화'를 가능케 하는 만능의 도구입니다.
전쟁 후에는 이제 그러니까. 무기를 담는 것이 아니라, 이종족들을 카드 내부에 집어 넣어서 덱을 완성하는거죠.
그러니 수인덱, 기계덱, 악마덱, 심지어 드래곤 덱까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진 듀얼리스트들의 애증의 대상.
확장팩까지.
메타는 돌고, 확팩은 메타의 대가리를 부숴버리는 이 구조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고 저는 기립했습니다.
이것 이외에도, 주인공의 호칭이라던지... 참 오랫동안 준비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준비된 글이라 읽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유일한 단점
애석하게도.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설명이 더럽게 많습니다.
상황서술도 상당히 무거워 약간 벽돌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만, 이건 작가님이 문단 하나를 좀 굵게 잡은 탓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듀얼의 한계인 턴제가 글로 옮겨진 탓에, 설명이 참....
카드게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점도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아무래도 웹소설 문체라고 하면 가벼운 것이 주류인 판이다 보니, 조금 아쉽네요.
전 마저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오늘 안주는 풍성해서 기분이 좋네요.
돌겜이나 유희왕, 매더게에 흥미가 있으시다면, 한번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쪽 독자층이 잘 붙으면 유료화도 노려볼 법한 글이 아닐까요 이건?
그리고 표지가 무진장 멋있습니다.
하여간 재밌는 글입니다.
-카드 게임 하는 자들의 천국.
https://novel.munpia.com/269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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