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체기갑 용신병 – 영원한 남자아이들의 로망
며칠 전, 쇼핑몰을 돌아다니다가 장난감 가게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 눈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또봇 시리즈였습니다. 어린아이를 위한 장난감이긴 했지만, 성인인 제 눈에도 멋져 보였습니다.
요즘 남자아이들에겐 또봇 시리즈의 로봇들이 인기 있지만, 제가 어린아이였을 때는 장난감 가게에 제일 눈에 띄는 장난감은 바로 용자 시리즈, 엘드란 시리즈에 나오는 로봇들이었습니다.
용자 시리즈 - 지구용사 선가드, 전설의 용사 다간, 로봇수사대 K-캅스, 황금용사 골드런, 사자왕 가오가이거...(용자 시리즈는 인기가 많아서인지 이 외에도 작품이 많네요)
엘드란 시리즈 – 절대무적 라이징오, 로봇전사 감마, 무적 캡틴 사우르스(엘드란 시리즈는 학교가 로봇으로 변신한다는 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대충 제가 재밌게 본 것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 딱히 TV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TV에서 나오는 로봇 애니메이션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어쩌다 장난감 가게 근처를 가게 되면 저는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로봇 장난감을 선망 어린 눈길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제가 가지지 못한 로봇 장난감을 가진 아이들을 부러워한 적도 있고요.
사실, 저를 포함한 남자아이들은 거대한 변신 합체 로봇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 아이들은 마냥 걱정 없이 행복할 것 같지만, 사실 아이들은 많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립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어른들의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미약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자신보다 커다랗고 힘센 존재를 동경합니다. 거대 로봇은 바로 그 대표적인 대상입니다.
또한, 로봇은 변신과 합체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언가가 변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놀라운 경험입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기 자신 역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나 역시 변할 수 있고,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 변화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열어줍니다.
위와 같은 이유들을 차치하고, 커다랗고 힘센 로봇이 나서서 악당을 무찌르는데 어떤 아이가 이를 싫어할 수 있겠어요?
그렇기에 남자아이들에게 변신 합체 로봇은 영원한 로망입니다.
시간이 흘러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의 자리를 이제는 또봇 시리즈가 차지하게 되었지만, 남자아이들이 변신 합체 로봇을 좋아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습니다.
‘합체기갑 용신병’은 바로 변신 합체 로봇에 대한 남자아이들의 로망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사실 많이 감탄했습니다. 변신 로봇이라는 소재와 현재 유행하는 장르 소설의 코드를 잘 결합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이런 작품을 기다려 왔다는 걸요.
사실 이전에도 로봇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흔히 기갑물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작품들 대부분은 어렸을 적 제가 봤던 로봇 애니메이션의 감성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기갑물 대부분은 중세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등장하는 로봇 역시 기사 갑옷 형태를 한 마장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렇지만 ‘합체기갑 용신병’은 달랐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제가 어렸을 때 봤던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감성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지를 보니 역시나, 작가님께서도 이 애니메이션들에서 영감을 얻으셔서 쓰시기 시작하셨다고 하시더군요. 아마도 작가님 역시 저와 마찬가지로 어렸을 적 로봇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보신 것 같습니다.
‘합체 기갑 용신병’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거대 괴수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공격해옵니다. 다행히 이 세계관에서는 거대 괴수와 맞서 싸울 수 있는, 거신병이라 불리는 거대 로봇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우연히 사고에 휘말려 거신병 중 하나인 용신병의 파일럿이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주인공의 비밀 기지가 존재하고 주인공이 타는 로봇도 평소에는 드래곤 형상이었다가 중요한 순간에 인간 형태로 변신하는 등,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부분이 여럿 존재합니다. 마력핵 등을 이용해 기지나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설정에서 현대 장르 소설에서 자주 쓰이는 코드를 잘 따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인이 된 전, 어렸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로봇을 좋아합니다. 여전히 제 마음 한구석에는 어린 남자아이 때 지녔던 로망이 자리 잡고 있나 봅니다. 아무래도 앞으로 더 시간이 흘러도 이 로망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장르에선 거대 로봇이 인기있지만, 적어도 한국 장르 소설에선 아직까지 거대 로봇물은 마이너한 소재입니다. 용기를 내서 마이너한 소재에 도전하신 작가님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습니다.
저처럼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변신 로봇에 대한 로망을 지니신 분들이 계신다면, 한번 봐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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