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동오의 덕왕 #엄백호 #코에이
10년도 더 전인거 같네요. 인기 전략시뮬레이션 '삼국지'에서 '엄백호라는 안습한 군주를 골라 클리어하는 것이 고수의 기준'이라는 밈이 돌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리즈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일부 능력치가 50이하라든가, 시작하면 무조건 민란이 일어난다든가, 수명이 짧아서 수명연장약을 구하지 못하면 무조건 게임오버라든가.... 삼국지에 이름이 남을 정도면 나름 괜찮은 장수였을 텐데, 게임 속에서는 개그캐릭터 취급을 받고 있죠. (그나마 최근 시리즈에서는 조금 대우가 괜찮아 진 것 같습니다)
'삼국지 : 엄백호로 천하통일'은 이러한 동오의 덕왕 엄백호를 군주로 모시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 입니다. 엄백호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X같은 난이도에 지쳐 게임을 팽개친 주인공, 눈을 떠보니 엄백호가 자신을 '잠룡선생'이라 부르며 도움을 청합니다. 꿈이라고 생각한 주인공은 얼결에 엄백호를 따라나섰는데, 한창 주가를 올리는 중인 손책이 쳐들어오기 직전이네요?! 절체절명의 순간 잠룡선생의 선택은.... "우리, 도망가죠!"
삼국지를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소재인 만큼쓰기에도, 읽기에도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죠. 동시에 삼국지의 내용은 이미 정해져 있는 만큼, 작품의 차별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주인공을 마이너한 인물로 설정하곤 합니다. 에를들면 원소네 집안 일곱째라든가, 도겸의 아들이라든가.... 아예 원작에는 없던 인물을 만들어 끼워넣기도 하죠.
'삼국지 : 엄백호로 천하통일'도 유명하지만 (능력치 면에서) 마이너한 엄백호를 간판으로 내세웠습니다. 삼국지 능력치에 비유하자면, 통솔이나 매력은 생각보다 좋지만, 지력/무력은 게임 능력치를 충실하게 반영한 느낌이네요. 사실 작품 초반에는 청순한 지능의 소유자, 엄백호를 어르고 달래 살아남으려는 분투기...가 펼쳐지지기를 기대했는데, 이런 부분은 건너뛰고 바로 3년 뒤... 로 들어가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빠른 전개의 삼국지물을 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무난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철저하게 개인적인 취향이기는 하지만, 살짝 사족을 붙인다면 지금까지보다 더 재미있어 질 수 있는 작품이에요. 예를 들어 전개 속도를 좀 늦추더라도,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을 살려보면 어떨까요?
'삼국지 : 엄백호로 천하통일'과 비슷한 계열의 작품이라면 '업어키운 여포'가 생각나는데요. 그 작품은 천하제일 무장이지만 별 생각이 없는 여포와, 그 뒤치다꺼리에 고생하는 주인공의 코믹한 모습이 잘 그려져 더 재미있었습니다. '삼국지 : 엄백호로 천하통일'도 충분히 이런 캐릭터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엄백호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드러난 모습만으로도 꽤 재미있어요. 삼국지 시대의 멋진 무장 처럼 생겼지만, 실제로 강하지는 않고, 무슨 일만 생기면 '군사, 어떻게 해야 하오?' 하고 강아지처럼 달려오죠. 개인적으로는 엄백호가 난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르는 모습이나, 휘하 장수들이랑 지내는 모습 등, 엄백호라는 캐릭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종종 소설에 나와도 좋을 것 같네요
'삼국지 : 엄백호로 천하통일'은 sleepingdragon 작가님의 첫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제 10화 조금 넘게 연재된만큼, 회차가 쌓이면서 작품의 매력이 더 다양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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