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웹소설과 라노벨의 경계가 허물어져가는 가운데 과연 무엇이 라노벨이고 무엇이 웹소설일까 고뇌하는, 이마빡에 철학이라 두 글자 휘갈긴 헛소리를 생각하셨던 분들은 안심하십시오. 지금 말하고자 하는 건 “오니쨩 하야쿠 오키나이또 지코쿠시쨔우욧!“ 하는 라노벨이 맞습니다. 근데 이제 한국인을 곁들인.
작품의 배경이 되는 『최약영웅은 세계 구원자』라는 소설은 제목에서부터 국적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일본 라노벨입니다. 대충 귀멸의 칼날의 1/4 정도의 인기를 누리는 초히트작이죠. 애니도 벌써 3기까지 나오고 4기 제작중입니다.
문제는 작품의 흥행과 더불어 작가의 선민의식도 흥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작가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뒷계가 발각되자, 작품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던 주인공은 즉시 작가에게 한국 소설계의 정겹고 즐거운 전통문화인 5700자를 번역기까지 돌려가며 박아주곤 끓는 속을 삭히며 잠에 듭니다.
다만, 주인공이 라노벨을 보느라 한국의 수많은 빙의물을 탐독하지 않았다는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주인공은 프랑스의 영웅 흑태자의 애검 듀랜달이 일본 골동품점에서 굴러다니는 데다 “제가 진다면 당신의 전속 시녀라도 되어드리죠.” 같은 말을 하는 프랑스 황녀가 있는 세계로 들어가 버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재미는 소설의 장단점보다는 독자가 라노벨을 읽어봤느냐 아니냐에 따라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소설 전체가 라노벨이라는 장르의, 또는 라노벨 클리셰들의 패러디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아는 사람은 알아보고 웃지만 모르는 사람은 그뭔씹을 외치기 딱 좋은 환경이라는 겁니다. 하물며 이건 진짜 씹덕 쪽 문화니 듣는 사람 입장에선 뭐라 할 말이 없죠.
독자가 라노벨을 재미있게 읽어봤다면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라노벨을 읽어본 적이 없거나 읽어봤는데 ‘이 글을 쓴 사람은 활자로 역류성 식도염을 불러일으키는 재주가 있다.’는 평을 내린 사람은 보기 힘드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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