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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7 메타피
작성
21.02.17 14:36
조회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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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웹소설 > 연재 > 판타지, 퓨전

유료 완결

푸뱅
연재수 :
258 회
조회수 :
219,311
추천수 :
11,755

안녕하세요, 추천하기 게시판에 글을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정말 잘 썼다고 생각하지만 인기가 없는 게 아쉬운 글을 하나 추천하고자 합니다.

간단히 먼저 요약하자면, 선량한 주인공과 깊이 있는 인물들, 그리고 시니컬한 유머가 이 글의 주요 매력 포인트입니다.


 <계약직 신으로 살아가는 법>은 게임 속에 빙의한 현대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판타지입니다. 이 게임은 부활한 요정의 신을 막기 위해 무예의 신의 화신으로 빙의하는 주인공을 조작하여 어떻게든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 퀘스트들을 클리어하며 아이템과 동료를 모으다, 본격적으로 요정의 신의 존재감이 드러날 때부터 메인 퀘스트인 전쟁을 이겨나가 승리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그렇지만 빙의 판타지를 자주 본 독자 여러분들이 알다시피, 주인공이 빙의하는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게만 구성되지만은 않습니다. 게임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속성들이 현실에는 필요하니까요.


 덕분에 <계약직>의 주인공은 호쾌한 전투를 위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속 세상에서 먼치킨으로 시작하지만, 정작 그 먼치킨스러운 힘을 아무렇게나 휘두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NPC들의 사정이 너무 복잡하고, 게임 속 상황과는 달리 무력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을 정도로 악화되지도 않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은 그럼에도 여전히 현대인이기 때문입니다. 이 현대인스러움이 <계약직>에서 이중적인 역할을 합니다. 왜 이 상황에서 그냥 무턱대고 상대를 때려잡으러 돌격하지 않지, 하고 답답함을 느끼다가도, 당신은 참 자비로우신 분입니다, 하는 말을 하는 인물을 보면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솔직히 말해서, 같은 결과를 얻을 거라면 선역 주인공이 훨씬 더 매력적이고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진행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런 선역 주인공이 왜 유독 <계약직>에서 빛을 발하느냐. 그 이유는 이 주인공과 상호작용을 하는 인물들에게 있다고 봅니다. 아주 단순하게 무엇이 부족하거나 무엇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제공해준다, 또는 죽이지 않고 살려준다, 하는 정도의 도움으로 선행을 보여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누가 보더라도 참 단순하고, 그렇기에 자주 보다보면 질리게 됩니다. <계약직>에서는 반대로 참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정들을 현대인의 시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 관점으로 조명하고, 게임을 하는 현대인이 게임 논리를 따르면서 동시에 자신의 최소한의 양심에도 거슬리지 않을 방식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해 보상을 얻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생각해보면 단순한 이치지만, 게임에서도 AI를 학살하는 모습보다는 잘하는 상대를 압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재밌지 않습니까.


 <계약직>에 나오는 인물들은 참 하나하나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러면서도 매력적입니다. 영락하다못해 기괴하게 썩어버린 요정들의 세계에서 목적 잃고 주인공을 따르게 된, 띠껍다는 말 말고는 표현할 방법 없는 요정 테네브로즈. 수많은 가면을 쓰는 법에 너무 익숙해져 정작 알맹이는 조금도 성장하지 못한 꼬마 같은 마법사 벨레다. 도박에 중독돼 전재산을 탕진해버리고 주인공을 따르게 된 애견 같으면서도 영 못믿음직스러운 흰둥이 늑대인간 펠로시. 고난의 공동체에서 고통과 그나마 덜 무거운 고통 중 후자를 고르는 선택 말고는 할 수 없었던 강박적인 지도자 볼로디아. 그리고 굳이 이야기는 하지 않을, 퀘스트 속의 많은 인간 군상들까지.


 이 인간 군상에서 일부러 이야기를 짧게 한 주인공 이야기를 또 빼놓을 수는 없겠죠. 제목 <계약직 신>이 보여주듯 주인공은 현대에서 한 차례 망하고, 일종의 계약직으로서 불공정 거래를 맺어 신의 화신으로 빙의했습니다. 주인공은 누구보다도 보편적인 실패한 현대인입니다. 현대인이기에 이세계의 기준에서는 너무나 인자하고, 이미 인간 세상의 복잡함과 자신의 허물로 인해 대차게 모든 걸 말아먹은 적이 있기에 사려 깊습니다. 그러나 이 둘만으로도 주인공이 신의 ‘부하’로서 명령과 지시를 들어야 하는 입장이라는 사실이 바뀌진 않습니다. <계약직>은 마치 폭력적이고 배려심 없는 신의 지시와 화신의 손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는 없는 사람들로 가득한 현장 사이에서 고통 받으면서도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간관리직을 그려내는 직장 소설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활 속에서 누구나 능력 좋고 성격도 좋다는 말을 듣고 싶어할 겁니다. 그렇기에 <계약직>에 이입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게다가 글 이야기를 할 때 이런 스토리와 인물과는 별개로 꼭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왜 같은 이야기에 같은 인물로 글을 쓰더라도 작가가 달라지면 글의 매력이 다르다고 느낄까요? 바로 그 특징적인 문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계약직>의 매력은 작가의 한국적으로 시니컬한 유머에 있습니다. 게임 속 이세계와 현대의 간극, 그리고 자신이 과거나 현재에 처한 비관적인 상황 같은 걸 생각할 때마다 톡톡 쏘듯 모습을 드러냅니다. 유머라는 게 이게 왜 웃긴지 설명할수록 재미 없어지는 것이니, 짧게 제가 우스꽝스럽다고 느낀 구절 하나를 첨부하겠습니다.

 1613538981.png


 이런 유머 감각 덕분에 단순히 메마르게 적어냈다면 상당히 잔혹하고 기괴한 글이 됐을 수도 있을 배경이 부드러워집니다. 기괴하다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한 때 만찬에 식사로 올리기도 할 정도로 미천한 노예였던 인간들에 의해 멸망한 요정들이 썩어가는 늪 주위에 모여 언데드가 되고 결국 인간과 요정 사이의 구분을 잃은 채 자신들의 불멸의 저주를 축복으로 알게 됐다는 이야기가 일상적이진 않을 것 같네요.


이상의 이유들로 <계약직>을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추천글과는 별개로, 좀 더 <계약직>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만한 점이니 읽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계약직>의 주인공이 갈등을 빚는 상관-부하 관계는 사실 신과 실제 자신의 행동 사이의 관계 외에도 또 하나 있습니다. 게임적으로 접근하는 자신과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자신 사이의 갈등입니다. 이 게임을 클리어해본 사람으로서 주인공 이강현은 최대한 근대적으로, 이 세상의 모든 이해관계를 단순한 손익과 제한 시간으로 축약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축약에서 필연적으로 상실되는 정보들, 자신의 동료와 퀘스트 상의 인물들 사이의 악연이나 데이터 상에서는 나오지 않던 두 사건의 인과 관계 따위가 그의 현실적인 인격을 자극하며 게이머 상관의 발목을 잡습니다.


 허나 더 껄끄러운 점은, 여기서 이 현실적 인격이 게이머 인격을 비판하고 행동을 자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신에게조차 마치 인류학자처럼 이 세계에선 그럴 수밖에 없고 자신의 현실에서의 잣대로 이 세계에서의 내적 논리를 함부로 비판할 수는 없다는 자아 비판을 가한다는 점입니다. 정작 이 세계는 마치 누군가의 기분 나쁜 악몽처럼 고통과 현실적인 제약으로 안에서 썩어들어가버린, 규약과 폭력으로 가득한 제도화된 폭력의 현장인데 말이죠. 생각해보세요, 웹툰 <송곳>의 구고신이 자신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을 도우려고 애쓰면서도, 동시에 이 세계는 그릇되어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고 독백을 하는 모습을. 마치 판타지 세상에서 실제로 개개인의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군주의 존재가 합리화될 수밖에 없는 것과도 같습니다.


 상당히 속이 검은 소설입니다.




Comment ' 9

  • 작성자
    Lv.71 근타님
    작성일
    21.02.17 15:02
    No. 1

    오 뭐야 추천글쓰신분부터 내공이 좀 있어보이는분이신데...

    일단 선작부터...

    찬성: 7 | 반대: 0

  • 작성자
    Lv.53 칸딘스키
    작성일
    21.02.17 17:37
    No. 2

    이거 참 재밌지요. 재미에 비해 보는 사람이 적어서 안타까운 작품입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50 여명길
    작성일
    21.02.17 19:26
    No. 3

    추천글 쓰신분의 필력을 보고 읽어보러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2 꼬마마법사
    작성일
    21.02.17 19:38
    No. 4

    작가분이 공부와 고민을 엄청 많이 하면서 쓴 것이 팍팍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안 그럴 것 같은데 개그캐들이 꽤 있습니다. 란드와르(주인공)와 테네브로즈 둘의 만담과 갈굼질부터 장난 아니죠. 조연 중에서도 충격적인 개그캐들이 좀 있습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51 [탈퇴계정]
    작성일
    21.02.17 20:32
    No. 5

    오 읽어볼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막창사이다
    작성일
    21.02.20 11:42
    No. 6

    일반적인 추천글의 성질이아니군요
    이건마치 작가스스로 홍보하는듯한 그런느낌?

    찬성: 0 | 반대: 5

  • 답글
    작성자
    Lv.17 메타피
    작성일
    21.02.20 15:24
    No. 7

    좋은 뜻으로 이해해도 좋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2 꼬마마법사
    작성일
    21.02.21 16:02
    No. 8

    의혹이 있으신가본데 작가님 문체는 아니에요. 이 추천글도 글쓴이 내공이 대단하긴 하지만 작가분 인문학 내공은이라면 이거보다 몇 수 더 현란하게 썼을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후작생
    작성일
    21.03.02 07:19
    No. 9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작가가 티를 내지 않기위한 다운그레이드의 추천글이라면?? ㅋㅋ 그냥 웃자고얘기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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