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사회생활 #회사생활 #외노자
무림 속 외노자가 되었다는 산적에게 습격당하는 표행을 보이며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이 표행에 속한 쟁자수로, 3년 전 현대에서 무림으로 떨어져 구르던 현대 한국 청년입니다. 보유한 내공은 1년.. 비도 2개를 연속으로 던지는 걸 구명절초로 가지고 있으며, 무협에서의 노후를 걱정하는 소시민적 생각을 하는 주인공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깜찍한 구명절초가 효과가 있어 산적을 하나 처치할 수 있었고, 그게 표사의 눈에 들어 표사로의 이직을 제안받습니다. 그렇게 주인공은 일용직이었던 쟁자수의 지위를 벗어던지고, 정규직인 표사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왜 외국인 노동자인가?>
작중 주인공은 자신을 조선 출신이라고 밝힙니다. 그로 인해 외부인으로 차별도 받고, 착각도 되지만 결국 한인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성장합니다. 사실 이런 이방인으로 차별받는 작품은 그래도 드물지 않게 봤지만 이 작품의 차별점은 바로 이방인이기에 더욱 똘똘 뭉친 조선 출신 향우회가 있다는 겁니다. 주인공은 같은 조선 출신으로서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그들의 임무도 받으며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상생 관계를 유지합니다. 이런 점이 단순한 이방인이 아닌 외국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해 제목과 내용을 묶어줍니다.
<무협과 현대 회사의 균형을 잘 잡은 작품>
이 작품을 보면서 기존의 무협 작품의 요소와 현대 회사원 주인공 작품의 요소를 참 균형 있게 잘 섞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급이나 마두, 기연, 산적, 표국 같은 요소는 누가 봐도 무협의 베스트셀러 요소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소시민적 마인드와 작품 내 서술로 인해 표국은 회사로, 비급이나 영약은 스펙 향상으로, 기연은 승진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초반의 전개 중 하나인 다른 무림 단체와의 싸움도 마교가 엮인 대단한 음모보다는 미부인에 엮인 불륜 사고이고, 결과도 무협에서 익숙한 몰살 엔딩이 아닌 거래처를 빼앗아 오는 계기를 얻는 정도에서 멈추고 상사와 주변의 인정을 받는 모습을 보입니다. 계속해서 대단한 성과를 올린 신입 사원이라는 서술을 넣습니다. 마치 지금 보고 있는 게 무협이 아닌 현대 회사원의 성공 소설인 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그런가 하면 무협 요소도 착실히 사용합니다. 십년하수오와 토막난 소환단을 먹어 내공을 쌓아 기뻐하고, 기연을 얻어 무공을 얻고 수련하는 모습은 익숙한 무협 소설의 약속된 전개로, 무협 소설을 보는 사람들이 바라는 성장입니다.
그리고 이 둘을 잘 조합해서 각각의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모두 어느 정도 잡은 것이 이 작품의 차별점이자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표국주의 딸과 그 친구를 구하는 장면을 통해 회사에서 느낄 조직 내 성장을 기대하게 하고, 동시에 무공의 상승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 원한이 생긴 상대를 도와 자신의 라인으로 삼으려는 모습은 은과 원에 민감한 무림인의 모습과 정치적인 움직임이 몸에 밴 회사원의 모습이 동시에 느껴지게 하며 다른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든 재미를 선사합니다.
<공감되지만 당당한 소시민적 주인공>
살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으로 움직이는 무협은 처음 봤습니다. 특히 성장에 기쁨을 느끼기보다 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뛰는 굶주린 이리와 같은 주인공들이 많은 시기에 1년 치 내공에도 찌질한 만족감을 느끼며, 3년 치 내공으로 고수가 되었다며 오만한 눈빛을 하는 주인공은 주인공을 다른 세계의 대단한 인물이 아닌 주변 친구 같은 가까움 거리감을 느끼게 해 귀엽기도 하고 공감이 편합니다.
특히 아직 약한 주인공이지만 악행에는 손대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약한 주인공의 악행은 처절함을 느끼게 하기에 좋고, 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평범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지곤 하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아직 약하고 찌질하게 살지언정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하루하루 힘들지만 정직하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을 응원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해 기뻤습니다.
<용어 사용의 불안>
나락쓸기라던가, 초풍신, 하꼬 같은 용어는 후기에 부연설명을 해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무협 장르는 20대부터 50대까지도 즐기는 장르이기 때문에 신조어나 유행어의 경우에는 모르는 연령대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조심스러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공감이 잘 되는 만큼, 이 공감이 깨지면 마치 단잠이 깨진 것처럼 불쾌감 또한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민감한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또 수박도에 그려진 니킥이라던가, 돈이 복사가 된다고 같은 커뮤니티발 유머는 진지한 무협팬들의 불만을 끌어오기 쉽지만, 그런 유머들이 이 작품 특유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니 이런 점은 불안하지만 작가님의 균형 있는 감각을 믿을 뿐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1. 대여점 무협과도, 최근의 하드보일드 무협과도 다른 색다른 무협을 원하시는 분
2. 피식 웃을 수 있는 작품을 찾으시는 분들
이런 분들께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1. 묵직한 무협을 원하시는 분들
2. 커뮤니티발 유머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
3. 무협 작품에 무협답지 못한 용어가 나오는 것에 질색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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