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친구의 추천이었다. 소설은 좋아하지만 웹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내게 친구는 이 소설을 추천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결코 가볍게 쓴 글은 아닐거야.”
무슨 되도 않는 뚱딴지 같은 소린가 했지만 읽으면 읽울 수록 그 친구의 말이 점점 와 닿았다.
이 소설은 그런 글이다. 전형적인 서구 중세 모티브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이세계 모험물, 전생자, 마법과 다양한 생물체, 먼치킨 특성을 가진 주인공, 그리고 왕도인 메인 히로인과 하렘물까지. 이 소설은 어딘가에서 볼 수 있는 웹 판타지 소설들이 가져야 할 필수요소를 전부 가지고 있고 작가의 필력이 더해져 매우 쉽게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냥 가볍게 읽고서 끝내는 그런 펄프픽션만은 아니다. 세계관은 전형적이지만 내부는 오히려 중세 역사서를 가져온 마냥 고증에 충실하고 캐릭터들은 전형적인듯 하면서도 입체적으로 빛난다.
먼저 종교묘사를 보자, 대부분의 웹소설은 일본산 판타지물의 영향을 받아 종교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거나 평면적인 묘사를 한다. 죽지도 않은 여성에게 거리낌없이 성녀란 타이틀이 붙고 고위 사제는 늘 비리와 색욕에 찌들어 있거나 갑갑할 정도로 교리를 강조하는 수구적 모습을 띄는 게 일본산 판타지와 이에 영향을 받은 웹소설의 묘사인데, 이 소설은 오히려 실제의 종교적 모습에 더 가깝게 묘사한다. 이단이나 공인받지 않은 수도자는 비록 선의로 성사를 집행해도 그 결과는 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교회의 경계는 작중 떠돌이 수도자가 일으키는 사건들로 묘사되면서 개연성을 가진다.
캐릭터 묘사는 더 입체적인데, 주인공 에드워드는 이익과 색욕에 밝으면서도 최소한의 양심과 선함은 지키려 한다. 단조롭다 느낄지 모르지만 사이코패스같은 성격을 솔직함이라고 미화하는 요즈음의 주인공 묘사를 보면 이건 양반이다. 베로니카는 전형적인 츤데레상 히로인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냉철할 구석에선 주인공보다도 냉철하게 파티를 꾸려나간다. 리안나야 처음의 그 어리버리 요정이 맞나 싶을정도로 세상에 찌들어가고(?) 있고..... 나머지 파티나 주변 인물들도 자신의 이익에 민감하지만 최대한 ‘선’을 지키려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다른 소설들보다 현실적인 인간군상집단을 잘 그려냈다고 봐야할 거 같다.
그 외에도 금/은화의 차이나 각 국가별 금화의 가치도 깨알같은 묘사였는데 이는 작가가 예전에 늑대와 향신료를 보고 느낌을 서술한 이글루스 페이지를 보면 아무래도 늑대와 향신료에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의외로 중세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에서 가장 소흘하게 다루는 부분임에도 이런 작지만 깨알같은 묘사가 소설의 이야기 구조에 생생함에 더해주는 요소인 것 같다.
물론 이 소설이 그렇다고 좋은 점만 있는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캐릭터 면에서는 베로니카가 츤데레형 히로인으로 포지션이 바뀌는 건 초/중반 복선이 있었음에도 살짝 급전개란 인상이 강하고, 소설 구조적 측면에서는 주인공들의 ‘모험’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레 세계관에 대한 설명은 가볍게 넘어가버려 총체적인 이해에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작가가 지중해 세계를 모티브로 세계관을 짰고 그에 따라 앵글리아(잉글랜드), 아퀴타니아(아퀴텡) 등 그 위치와 지형을 추측해 볼 수 있는 국가들이 있지만 이건 독자들이 지중해 세계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다면 잘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요소이다. 다만 이 부분은 중반에 고지도를 본다는 식으로 슬쩍 세계관 지도를 이미지화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보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큰 흠은 아니라 할 수 있겠다.
상술한 바와 같이, 이 소설은 만약 판타지 소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다. 그리고 가벼운듯 하면서도 결코 가볍게 쓴 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글이다. 조만간에 유료화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유료화 이후에도 흥행해서 작가분의 연재지속을 응원하는 바이다.
찬성: 
반대: 
리뷰가디언이란?
리뷰가디언의 활동과 혜택
Commen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