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이라는 소재는 무협의 단골 소재입니다.
중국 무협을 비롯하여 한국 무협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이유 때문에 종종 음습하고, 비열하며, 탐욕이 가득한 캐릭터로 묘사되곤 했습니다. 환관에 대한 일종의 편견이자 클리셰였죠.
그런데 이 소설은 환관이라는 소재를 너무 맛깔나게 다루고 있습니다.
아울러 고자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시종일관 웃음이 빵빵 터집니다. ^^
시대적 배경은 명나라 영락제.
무협이나 역사 덕후들은 잘 아시겠지만 갖가지 사건 사고가 많았던 시대였죠.
조카에게서 황위를 찬탈한 황제, 대원정을 떠났던 정화, 십족이 몰살된 방효유의 끔찍한 이야기가 있는 시대인 동시에 가장 강력한 황권을 자랑하던 시기.
또한 이 시기에 동창이 설립되고, 동창과 금의위 간의 알력이 본격화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모두 소설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예전 김용의 <영웅문> 같은 소설에는 <대하역사 무협소설>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었습니다. 무협적인 내용에 자연스레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가미했기 때문인데 <절륜환관>이 딱 그렇습니다.
주인공 장진명은 사례감 병필태감인 환관 권력서열 2위까지 올랐던 노환관이었으나 탐욕에 눈이 먼 다른 환관들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합니다. 그리고 나서 과거로 회귀하지요. 여기까지는 기존의 회귀물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회귀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번 생에는 바로 남자의 가장 귀중한 그 부위가 잘리기 전이라는 것! 이미 상당히 재밌어 질 것 같지 않습니까?
회귀 직전 기연을 얻어 절세무공을 얻은 주인공은 고자도 아니면서 다시 고자인 척 꾸미고 궁에 들어가 환관이 되기로 합니다. 이유는 궁에서만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영약을 얻기 위해서인데 그 약을 먹어야만 하는 필연의 이유가 있습니다.
암튼 그렇게 다시 궁에 들어간 주인공이 좌충우돌, 뭇 환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승승장구하는 내용입니다.
이 소설은 저에게 과거 무협소설의 향수를 다시 일깨워주었습니다. 역사와 결부된 내용이 좋았고, 구무협의 느낌이 나면서도 고루하거나 진부하지 않고, 인물들의 개성이 톡톡 튈 정도로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환관 조직체계와 명칭을 보면 작가가 자료조사에도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뛰어난 무협 작품과 작가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절륜환관>은 그중에서도 상당한 수작이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환생표사>의 뒤를 잇는 작품으로 이 작품을 꼽고 싶을 정도입니다.
암튼, 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아! 그리고 저는 작가와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다만 이 재밌는 소설에 추천글이 아직 없는 것이 아쉬워 몇 자 적어 봅니다.
작가님, 화이팅! ^^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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