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혼돈의 자식인 외신.
하나는 잊혀진 고신.
하나는 질서신.
주인공은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수많은 외신과 그 추종자, 그리고 마물들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입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목숨을 앗아가고 단 한 번의 실패가 외신의 강림을 이끌어냅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오직 재능과 책임감으로 이겨내는 주인공은 조금씩 피폐해져갑니다.
그런 그에게 버팀목이 되는 건 오직 두꺼운 궐련과 그가 운 좋게 뽑은 호인족 용사 뿐. 이방인인 그는 그로테스크한 광경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다고 되뇌이지만 점점 미쳐갑니다.
이 소설은 먼치킨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현대인이었던 주인공은 미쳐버린 세계관에서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단 한 번의 실패가, 자신의 죽음이 곧 세계의 멸망을 불러오리라는 절박함에 발버둥칩니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는 먼치킨 특유의 경박함이나 사이다적인 느낌은 없습니다.
오히려 아포칼립스 특유의 음울하고 절제된 분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그러면서도 단 한 번의 실패도 허용되지 않는 만큼 스토리 전개는 시원시원하며 주인공의 판단 또한 확실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기에 감정이입도 수월합니다.
아포칼립스와 하드보일드를 원하신다면 찍먹해보시는 것도 좋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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