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이 글을 쓸지 말지 고민하였고, 굳이 추천글을 당겨서 검머대 읽으세요. 이거 존잼이에요 하는 것이 의미있는 짓인가 싶었다.
이미 문피아 골든베스트 1위에 가장 주목받는 작품인 것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그냥 재미있게 글을 읽던 도중, 어느 순간부턴 검머대를 조금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검머대가 왜 좋은 작품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 지 정리해 본다면?
좀 긴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천천히 읽어주었으면 한다. 대체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알아야해서 난잡하더라도 집고 넘어가야 한다.
대체역사물이라는 장르라는 특징에서 먼저 살펴보자면, 검머대는 아주 독특한 작품이다.
여태까지의 많은 대체역사물에서의 주체는 국가의 측면에서 진행되었다. 즉 주인공은 그 대체역사물의 주체인 국가를 운영 혹은 관리 함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처를 하는 식의 전개를 보여왔다.
작품의 재미를 비유해 보자면, 문명과 같은 경영운영류 게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사실상 그 국가이며, 국가의 운명이 변화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때 원래의 역사에 예정된 부분들은 독자로 하여금 주된 서스펜스를 느끼게 하는 장치가 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국(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건드는 형식으로 발전되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으며, 그것에 강한 안타까움을 느끼는 요소인 대한민국의 역사를 주인공이 바꾼다는 흐름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혹자,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리턴 1979나, 대한 제국기, 좀더 최근이 작품까지 미루어 보자면, 블랙기업조선과 같은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글들은 민족적, 국가적 가치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빨려들어갈테지만, 이 흐름에는 몇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너무나 많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즉 플룻과 그 과정이 고정되어있기에, 대체역사라는 장르에서 차별화를 두는 것이 어려워졌다. 항상 대한민국이, 혹은, 조선이 남들보다 우월한 기술력을 확보하여서 그걸 통해 타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 는 전반적인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그런 문제는 판타지나, 무협, 레이드물 같은 장르들도 마찬가지인 문제가 아니냐 볼 수 있지만, 대체역사물은 그 특성상, 고증을 중시해야 한다는 문제, 주제의식의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경직된 형태로 나타났다. 방향성이든 배경이든 과정이든 색다름을 줄수 있어야 장르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을 텐데 그것이 어려웠다.
그렇다면 다른 주제를 선정하면 되지 않느냐 할 수 있지만, 이미 대역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은 이러한 흐름에서 이탈되기를 원치 않았다는 점 역시 문제였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소재로 삼는 대체역사물이 침체를 겪으며 몰락하게 된 것이었다.
그 이후, 대체역사물을 부흥하는 움직임에서, 새로운 움직임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즉 역사의 흐름(비극적 흐름)에서 살아남는다는 식의 서스펜스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러한 흐름이 나타난 작품을 떠올리자면, 역시 명군이 되어보세 같은 작품을 들 수 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역사적 비극을 막는다는 흐름으로 진행된 것이다. 연산군이 된 주인공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움직이는 흐름, 즉 주인공이 국가에서 역사 속 개인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었다.
이 주인공의 전환은 국가라는 막연한 대상을 개인의 생존이나 영달이라는 측면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된 점이었다.
(역사를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서스펜스와 주인공이 부흥하는 재미를 동시에 줄 수 있게 변화된 것이었다.
이때부터 대체역사가 부흥하기 시작했다. 또 특이하게 나타난 점이, 대체역사에서 국가의 제한이 사라지게 되었다. 여태까지 대체역사라면 대한민국의 역사를 소재로 삼아었야 했지만 그런 부분이 사라지게 된 것이었다.
핵심은 역사적 사건에서 오는 서스펜스가 되었기에, 기존의 국가적, 민족적 요소들은 부수적인 측면으로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때의 흐름에서 나타나는 것은 2차대전과 같은 거대한 전쟁을 막거나 생존하는 흐름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미래를 알고 있는 주인공이 역사적 인물이 되어 역사를 개변한다는 흐름을 타게 되었다.
역사적 사건이 유명하면 유명할 수록, 역사적 사건이 위험하면 위험할 수록 서스펜스는 강화되니,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소재로 나치, 세계대전, 임진왜란, 연산군, 고종. 과 같은 소재들을 채택하게 되었다.
이렇게 대체역사물이 부흥과 발전을 하고 있던 중, 검은 머리 미군 대원수가 등장하게 되었다.
내가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하고, 또 특별하게 느끼는 것은, 이 작품이 기존의 대체역사물의 소재를 채택하고, 활용함이 매우 충실할 뿐 아니라, 현대판타지(재벌물)의 플룻을 통해, 대체역사와 새 장르의 결합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제 3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제 1의 흐름이 역사적 아쉬움을 해소, 국뽕 이라면, 제 2의 흐름은 역사적 사건에서 얻는 서스펜스였다.
이제 제 3의 흐름은, 역사 안의 개인이 성공, 현대 판타지 문법과의 결합이라고 생각된다.
제 3의 흐름이라 칭하는 것은 제 2의 흐름이 가진 문제, 더 나아가 대체역사가 가진 장벽을 해소시켜주었기 때문이다.
대체역사물은 기본적으로 역사적인 흐름과 지식 배경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재밌는 장르다. 역사를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역사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고, 역사적 사건에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가. 대체역사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검머대는 그러한 태생적 한계를 현대판타지(재벌물)의 문법과 결합함으로서, 해소했다.
우리가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주인공이 미래를 안다는 것을 이용해 부흥하고 성장하는 것만 지켜보더라도, 대체역사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역사를 잘 안다면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검머대를 높게 본다. 대체역사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장르의 결합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것을 글망생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개개의 장르가 개별적 특성을 이해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장르의 한계가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지를 검머대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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