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협을 오랫동안 즐겼습니다. 60년대에 최초로 본 작품이 동아일보 신문연재로 본 김광주 선생의 ‘비호‘(천궐비天闕碑)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널리 알려진 국내외 작가의 고전 명작은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 취향이 고전무협쪽이어서 현대 퓨전이나 환타지, 환생류의 작품은 즐겨 읽지 않고 있습니다. 문피아에서도 고전 무협쪽의 작품은 드문 터에 눈여겨 본 좋은 작품이 있어 추천하고자 합니다.
개미산 작가의 ‘격랑’은 고전무협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이 소설의 구성요소를 애독자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 있는 점이 좋습니다. 캐릭터가 살아나면 작품에 현실성이 증가합니다.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인이라 할지라도 그가 행한 악이 그만의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악인에게도 눈물이 있고 예절이 있으며 주인공과 대립이 필연인 곡절이 있습니다. 주인공 외에도 수많은 인물들을 등장하는데 이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면서 주인공과 함께 사건 전개에 긴밀하게 얽혀 인과관계를 나타내고 있는 점이 매력입니다.
무협지 속의 사건은 무협다워야 한다고 봅니다. 재미있고 기상천외의 사건이면 좋겠지요. ‘격랑’의 사건 전개는 지금도 진행형이라 앞으로 어떤 사건이 전개될지 좀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지금까지 본 바로는 충분히 독자들의 호기심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고전무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배경이라고 봅니다. 요즘 많은 퓨전 작품들에서 배경과 사건의 불일치를 볼 수 있는데 , 사건은 중국의 명청 시대인데 등장인물들의 행위와 대화를 보면 한국의 현대 뒷골목에서 볼 수 있는 조폭들의 유행언어와 대결장면을 보는 듯한 사례가 많습니다. 작가의 역량이 중국의 역사나 문화에까지 미치지 못하여 그럴 수 있다고 여겨지지만 개인적으로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격랑’에서는 시대적, 문화적 배경이아주 잘 묘사되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배가합니다. 한마디로 그 시대의 풍습과 종교 문화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중국의 고대 외래종교의 유입과 당시 민중들의 갈등, 그리고 실제 인물인 ‘이자성’ 도 등장합니다. 또 예언서 ‘자미두수’도 사건 속에 녹여내고 있어서 마치 김용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입니다.
대략 제 관점을 적어 보았습니다만, 저 혼자만 즐기기는 아까운 작품이고, 다른 독자분들 또한 다른 관점에서 이 작품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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