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키워드만 나열해보자면 [판타지][환생][좀비아포물][영지물].
처음엔 게시판에 쓰인 추천글을 보고 읽게 됐는데, 신선한 소재를 맛있게 풀어내는게 제 입맛에 딱 들어맞았습니다.
사실 키워드만 보면 소설 초반부 뚝딱입니다.
대충 다른 좀비아포물에서 나올법한 눈물과 감동, 생존과 고구마와 사이다의 세상을 살아가던 베테랑 생존자인 주인공이 죽고 판타지 세상에 환생.
돈 모아서 여행도 다니고 이제 좀 편하게 살아보려는데 엿같은 좀비가 차원까지 넘어 여름철 초파리처럼 또 등장합니다.
전생처럼 시민A로 시작하는게 아니라 전생의 기억과 경험을 가진 귀족가 삼남으로 시작하는 주인공은 마을에서 술마시다 뜬금없이 튀어나온 좀비들에 당황하지 않고 목을 슥삭합니다.
수련이라곤 개뿔도 안하던 삼남이 표정 하나 안변하고 좀비 멱을 따니까 호위기사는 이 새키 뭐지?하고 생각하지만 당연히 답은 안나오죠.
주변 사람들이 어버버하는 사이 주인공은 사람들을 통솔하고, 좀비를 소탕할 전략을 세워서 사태를 순식간에 정리해버리는 대단함을 보여줍니다.
이후 이런 좀비사태가 영지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까지도 퍼져있음을 깨닫게 되고 영지 더블넥서스 후 멀티로 차근차근 사건의 해결책을 조사해나가는 내용입니다.
키워드에 [영지물]이라 박아놓긴 했는데 사실 일반적인 영지물들이랑은 좀 다릅니다.
영지물 하면 고구마처럼 씹히는 내정.
행정 중추에 알박기하고 있는 꼰대 노인장로들하고 수염잡고 싸우고 음모 꾸미고 권력다툼하는 답답한 내용이 없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제대로 박힌 첫째와 둘째 형이 거의 부처급 자비심의 후원자로 주인공이 진행하려는 일들이 막힘없이 통하도록 해주거든요.
덕분에 이 소설의 영지물적 요소는 소탕, 파밍, 멀티 같은 문명게임하는 것 같은 재밌는 부분만 남았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부분에선 판타지에 걸맞게 마법도 나오고 엘프나 드워프, 오크, 수인같은 이종족들도 등장하고 있는데 좀비아포사태에서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롭습니다.
아포물에선 후반가면 특이한 좀비들도 나오덴데 마법쓰는 좀비나 정령쓰는 좀비같은게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작가님 특유의 독특한 세계관이라 양판소에서 나오는 파이어볼 같은 마법은 아닌 것 같지만요.
마음에 들었던 점은 작가님이 캐릭터 조형에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주요 조력자로 대학원생처럼 부려먹히는 공녀(마법사/약사)나 근육뇌 둘째형 등이 등장하는데 인형처럼 주인공을 부각시키는 도구로만 써먹는게 아니라 다들 전개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글에 가지고 있는 애정이 보였습니다.
아쉬운게 있다면 빌드업을 탄탄하게 쌓느라 중간에 살짝 늘어진다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판타지 특유의 감성이 잘 살아있어서 크게 신경 쓰이진 않습니다. 지금은 다시 주인공이 시동걸고 있어서 재밌게 보고 있고요.
신선한 소재와 흥미로운 전개로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소설이라 추천합니다.
요약하자면
좀비물 뽕 + 중세판타지 기사 뽕 = 이 소설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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