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혁명의 시대는 예전부터 좋아해왔고 추천글을 쓰고 싶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 시대의 인물로 태어나서 역사를 바꾸는 건 대체역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맷이지만, 그 바꾸는 걸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바꾸느냐는 작가의 취향과 생각이 많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조선 혁명의 시대는 얼핏 넘어가기 쉬운 작은 부분들에도 세심하게 고민하고 준비를 많이 한 것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읽으면서 독자로서 신선한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조선 혁명의 시대는 1880년 완화군 이선으로 환생하는 소설입니다. 제국주의 시절인 이 시기는 조선에게 고통과 절망이 가득한 시기입니다. 당장 그렇게 강했던 중국도 서양에게 치일 것이고, 서양이 아니더라도 일본이 곧 치고 올 상황. 조선의 인물로 빙의한 인물들은 다들 여기서 뭔가 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상태창을 눈앞에 띄우든 중국하고 따서 갚으면 된다 식의 전쟁을 벌이든 등등, 상황이 절망스러울수록 참신하고 과격한 방법들이 여럿 나옵니다만...
주인공은 외교로 접근합니다.
물론 아무것도 없이 그냥 외교만 한다는 게 아닙니다. 그랬다면 현실성이 없게 느껴졌을 겁니다. 주인공은 안으로는 부국강병을 하며, 그 시간을 벌기 위해 온갖 세력들과 줄타기를 하며 균형을 맞춰나갑니다.
다른 소설들은 벌써 북경 점령하고 내달리는 동안, 작은 땅덩어리도 철저하게 외교로 서양 세력과 협력하고 간보고 국내 여론만들고 그러고 나서야 간신히 삼키는 이러한 전개는 좀 느리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전개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 혁명의 시대는 이런 부분의 즐거움에서 아주 견고하고 잘 짜여진 즐거움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전개는 하루 한 편 보면서 따라가는 사람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만, 운이 좋게도 이 소설은 1부가 완결 난 상태입니다. 2부를 따라가기 전에 1부를 한 번 쭉 읽어보시면 후회하시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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