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활극록은 무엇일까요? 3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독립운동가들의 모험을 다룬 활극 소설입니다다. 소련 군사사 관련 서적을 국내에 꾸준히 번역해오던 번역가 출신 작가가 작성하고 있습니다. 번역가 출신답게 문체는 제법 매끄럽고 읽기 쉬운 편입니다. 자료 조사 역시 꽤 꼼꼼한 편이며 그냥 넘어가기 쉬운 세부적인 사건들도 재깍재깍 작품에 반영하는 편이구요. 1930년대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추천할만 합니다.
젊은 독립운동가 정우와 친일 지주의 딸 주리가 메인 배역으로 나옵니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주인공 일행의 독립운동은 요인 암살이나 의용군 조직,외교적 노력 같은 것이랑은 거리가 약간 있습니다. 주로 친일 모리배들을 야밤에 습격해 재산을 갈취하고 그 재산을 임정 등에 송금하는 식입니다. 일제의 칼날이 시퍼렇던 30년대 여건 생각하면 이것도 충분히 의의가 있는 행동이지만 독립군 무쌍같은걸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미리 하고 싶네요. 회상 씬이라면 모를까.
대체역사 소설을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역사를 바꾸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거의 모든 주요 사건들은 원 역사대로 진행됩니다. 제 생각에는 바로 그 점이 이 작품을 가장 흥미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사건들은 점차 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주인공들의 일생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미리 예상하는 것도 큰 재미 아닐까 싶네요.
작가의 주관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많이 들어있어서 글이 꽤 개성 있는 편입니다. 독립운동이나 사회주의,근대화와 현대화에 대한 관점은 꽤 곱씹을만 합니다. 다양한 이념과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각 인물들을 비교해가며 읽는 것도 괜찮습니다. 유교 전통주의자부터 스탈린주의자까지 프레임이 꽤 넓습니다. 전통 문화를 긍정하는 등장인물들이 은근히 비중이 있는 편입니다.
이 장황한 글을 슬슬 마무리해야 할 것 같군요. 30년대 일제강점기에 관심이 있거나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다시 한번 꼭 읽어보실걸 권합니다. 작가의 독특한 관점으로 재구성된 일제강점기 서울의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면,제대로 찾으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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